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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2. 2018

여우목성지

험로 속에 만들어진 성지

지방도 제901호선이 지나는 고개이며 해발은 높지 않지만 특이한 이름이 붙어 있는 곳이 문경에 있다. 문경시 문경읍과 동로면 사이에 위치한 여우목고개에는 병인박해와 관련 있는 스토리가 전해지고 있다. 윤달이 있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때 순교한 신자들을 성인으로 시성하면서 이 곳이 성지로 지정된 곳으로 여우목성지라고 불리고 있다. 

천주교 안동교구의 여우목성지는  1866년에 발생한 병인박해 때 이 곳에서 살던 30여 명의 천주교 신자가 체포되어 참수당해 순교한 곳이다. 병인박해는 한 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첫 번째는 1866년 봄에, 두 번째는 1866년 여름에서 가을까지, 세 번째는 1868년, 네 번째는 1871년으로 이어져 도합 8,000여 명 이상의 순교자를 만들어낸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가 본다. 병인박해는 당시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있었다. 당시 청나라의 천주교 탄압의 소식은 반 대원군 세력으로 하여금 천주교와 접촉하고 있는 대원군에게 정치적인 공세를 취하게 하면서 정치적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쇄국양이와 사교 금압의 정책으로 전환하게 된다. 

비가 오고 나서 걸어가는 길이라 산길에 골이 패어 있다. 그런가 모든 길에는 이렇게 나름의 생각하지 못했던 골이 패이는 것인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968년에는 병인박해 기간 중에 순교한 24명이 복자(福者)로, 1984년에는 성인(聖人)으로 오르게 된다. 

여우목성지는 경상도 동쪽지방의 사람들이 서울로 가기 위하여 문경 읍내와 새재로 넘어갔던 교통의 요지에 있다. 여우목에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성 이윤일 요한 가정이 이곳으로 이사를 와고 서치보요셈의 가정이 이곳에 피난해 오면서 신자들이 살기 시작한다. 

사람이 모여 살면 그곳이 마을이 된다. 신분의 귀천 없이 모두가 동등하게 대우받는 세상을 꿈꾸며 살았던 것은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것처럼만 보이지만 말이다. 

무덤을 중심으로 언덕을 둘러 예수 그리스도를 대표하는 고난의 길이 형상화되어 있다. 

한국의 성지는 다른 국가의 성지보다는 피의 역사가 묻어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크리스트교, 이슬람교의 성지이며 이슬람교의 최고 성지는 메카와 메디나이다. 불교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는 석가모니가 탄생한 룸비니와 깨달음을 얻은 장소인 부다가야이다. 힌두교는 바라나시는 힌두교도들이 신성하다고 믿는 갠지스 강이 흐르고 시바 신을 모신 사원이 많은 곳으로 성지다. 문경의 대표 성지는 여우목으로 산, 강, 바위와 같은 특징적인 자연환경을 신성한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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