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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7. 2018

문극겸

공주의 고간 원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지혜와 불을 가져다주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정치는 제우스에게서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정치는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고 생활을 윤택하게도 했지만 피폐하게도 만들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은 항상 있어 왔다. 


공주에 자리한 고간 원지는 고려시대 정치인 문극겸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고려시대의 정치인 중 문극겸이라는 청렴한 인물이 있었는데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성격 때문에 좌천이 되기도 했지만 이 때문에 무신정변 때 화를 피하게 되었다. 고간 원지는 충남 공주시 유구읍 추동 1길 25-20에 있는데  고려 문신 문극겸을 모신 사당으로 이 일대에는 고간원을 비롯하여 문숙공신도비, 재실, 충숙선조유덕추모비, 사당인 충숙공영당, 그리고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비가 세워져 있고 그 우측으로는 고간 원지로 들어갈 수 있는 태선문이 있다. 문극겸은 고려시대 중기의 문신으로 문극겸은 일찍부터 글을 잘 지었지만 여러 번 과거에서 낙방하게 된다. KBS 드라마 무신시대는 장편의 드라마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시대가 바로 문극겸이 살았던 시기다. 고려 18대 국왕이었던 의종은 향락에 빠져 내시들과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문신들을 옆에 두고 무신을 업신여기던 의종으로 인해 무신들은 결국 의종 24년 정중부, 이고, 이의방이 이끄는 무신들이 무신의 난을 일으켜 문관, 대소신료, 환관 100여 명을 모두 죽이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황금색만 보아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나 역시 황금색을 보면 무언가 마음이 풍족해짐을 느끼게 된다. 말 그대로 황금색 들판이 펼쳐지는 계절이 왔다. 

의종이 집권하고 있었던 때에 무신의 난 때 문신이라고 하면 모두 죽이려는 무신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문신 정치인은 딱 두 명뿐이었다. 문신들의 오만함을 미워했던 서공은 무인들을 예우했었기에 살아남았고 충직함으로 무신들의 존경을 받았던 단 한 명인 문극겸이 살아남았다. 무신정변 때 지방 말직으로 쫓겨났던 문극겸은 다시 중앙으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신의 난이 일어났는데 이때 문극겸은 이런 말을 한다. 


"왕이 만일 내 말을 들었다면 어찌 이런 지경까지 되었겠는가? 잘 드는 칼로 단번에 죽여달라!"


잘못된 것을 직언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문극겸은 명종에게 직간한 뒤 스스로 낙향하여 이곳 공주에서 별세하게 된다. 

무신의 난으로 정권을 잡은 무신들은 오히려 문극겸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이의방의 천거에 동의하여 용호군대장군과 재상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문극겸의 딸이 이의방의 동생인 이린과 결혼하게 되는데 이린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6대조이니 조선 건국을 한 왕조의 피는 문극겸에게서 시작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서슬 서퍼런 무신정권 아래에서 의종 실록을 편찬할 때 문극겸은 수국사가 되어 그곳에 '임금을 죽인 것은 천하의 제일 큰 악'이라고 직필 하기도 했다. 


권력과 돈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자신을 돌아보고 최고 권력자에게 자신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문극겸은 그런 정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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