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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2. 2018

통무우김치

시원하게 먹어보는 가을김치

가을의 통무우는 배추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그런 맛을 낼 수 있는 내공이 있다. 큼지막하게 썰어서 담가놓으면 익으면 익을수록 색다른 맛을 느껴볼 수 있다. 요즘에 무도 그렇게 비싸지 않으니 충분히 사서 할 수도 있지만 집에 있는 통이 4개 정도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아서 4개만 샀다. 무는 작은 것은 1개에 1,000원, 중간 것은 2,000원, 크다고 생각하면 3,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천안을 대표하는 시장답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드나든다. 다른 곳에서 시장들이 있지만 주로 5일장의 형태로 운영되던가 천안역 앞의 시장은 규모도 작고 오가는 사람이 없어 생기가 없지만 남산 전통 중앙시장에는 상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천안 대표 전통시장인 천안 남산 중앙시장과 인근 천일시장, 중앙시장이 통합해서 지금은 천안 중앙시장으로 불리게 된다. 특히 1918년 문을 연 남산 중앙시장이 올해로 꼭 100년이 되는 해여서 이번 시장 통합이 앞으로의 100년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천안 남산 중앙시장에서 사 온 튼실한 무와 부추, 대파가 준비되었다. 양념은 고춧가루 4컵, 액젓 2컵, 보리새우 2T, 민물새우 한 컵, 설탕, 올리고당, 다진 마늘 3T, 양파 반개, 생강과 함께 밀가루로 풀을 사용하면 된다. 

잘 씻은 무는 천일염에 2~3시간 정도 절일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무 네 개 정도는 천일염 1컵 반 정도로 잘 버무려주면 된다. 무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과 중앙아시아에 이르렀는데 유럽에 이르기까지 무역을 했던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절이는 동안 잠시 딴짓을 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3시간을 넘어서 4시간 가까이 절여졌다. 예전 배추김치가 조금 덜 절여져서 지금도 아주 싱싱한데 이 무는 잘 익어갈 듯하다. 

김치를 만드는 데 있어서 풀을 쑬 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잘 치대야 골고루 양념이 배이게 할 수 있다. 치댄 정성만큼 맛있어지는 것이 김치다. 

자 보리새우와 함께 생새우, 양파와 각종 재료들은 이렇게 믹서에 넣고 갈아서 양념을 준비한다. 밀가루에 치대기 전에 우선 기본양념은 이렇게 만들었다. 

아까 풀을 쑨 밀가루가 식을 동안 나머지 작업을 한다. 부추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밀가루 풀이 어느 정도 식었다고 생각하면 부추와 대파, 아까 만든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준다. 예전에 담은 김치보다는 매운맛이 살짝 덜하고 김치 자체에서 나오는 물보다 무에서 나오는 물이 조금 적은 편이니 액젓과 물을 조금 더 넣었다. 

잘 버무려지려면 밀가루가 덩어리 지지 않게 계속해주어야 한다. 부추를 넣어주면 김치가 조금 더 시원해진다. 부추는 기운은 심으로 들어가는데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위(胃) 속의 열기를 없애며 허약한 것을 보하고 허리와 무릎을 덥게 해 준다.  부추는 가슴속에 있는 궂은 피[惡血]와 체한 것을 없애고 간기를 든든하게 해 주고 무는 비타민 공급원 역할을 비롯하여  열을 내리게 하고 변도 잘 나오게 하는 효과도 있으니 궁합이 좋다. 

4시간 가까이 절여진 무는 이렇게 흐르는 물에 씻어서 물기를 빼준다. 이제 통무우김치를 담글 때가 왔다. 

양념에 잘 버무려지면 이런 비주얼이 된다. 기원전 10~6세기의 고전인 <시경(詩經)>에도 ‘저(菹)’가 나오는데 8월 중순이나 하순에 파종해 11월에 수확하는 가을 무지만 조금 빨리 수확한 것은 10월에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이때 나온 무를 가지고 통무우김치를 만들면 깊은 맛이 배가 된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바뀌기 위해 야시장이나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고 실제 시장에 가서 상인들을 만나보면 다른 곳보다도 더 신경을 쓰고 변화하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천안 중앙시장에는 이제는 430개가 넘는 점포가 자리하게 되었다. 이제 익어가는 시기에 따라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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