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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4. 2018

손 안의 꽃

음성 금왕 응천 코스모스

가을의 꽃 하면 해가 뜨는 일에 고개를 끄덕인다는 구절초가 생각난다. 구절초 꽃 피면은 가을 오고 구절초 꽃이 지면은 가을이 간다고 하는데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 해 저무는 물가에는 새하얀 구절초 꽃이 잔잔하게 피어난다. 그런 구절초 꽃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이 코스모스다. 

벽에 그려진 벽화 꽃은 가을이 지나도 지지 않지만 실제 하늘하늘한 생화보다 더 아름답지는 않다. 그래도 한겨울에 이런 벽화를 보는 것만으로 꽃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해 저무는 물가에 바람이 일고 잔잔한 물결들이 흘러내려가는 음성군 금왕의 웅천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전국에는 코스모스를 콘셉트로 하는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 음성군에서는 코스모스를 주제로 한 축제는 열리고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천변에서 수많이 피어 있는 코스모스를 볼 수 있다. 

북적이는 몇몇 코스모스 축제만큼이나 코스모스의 색깔이나 그 모양도 여러 가지다. 청초한 느낌의 자태의 코스모스는 향기를 뿜어내면서 순연한 가을 정취를 풍겨내고 있었다. 

용담산의 이름을 딴 용담교에서 내려서 응천을 걷다 보면 무극교를 거쳐서 금왕 대교의 전에 코스모스 꽃밭을 볼 수 있다. 이 것이 음성군 금왕의 비경이 아닐까. 다른 해보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지나 추스르는 계절 가을에 이토록 아름다운 원색의 비경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가을의 즐거움이다. 

1년생의 초본으로 가을 해가 저물녘이면 세상의 모든 고단함을 풀어주는 화사한 코스모스가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밝고 다채로운 색의 둥근 꽃송이가 높이 달려 있는 코스모스는 시민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을의 꽃이다. 

세상의 모든 꽃이 홀로 피어나지 않듯이 코스모스도 홀로 펴 있지 않다. 신라의 석학 최치원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현묘 지도로서 '풍류'라는 한민족의 고유 사상의 존재를 확인하였다고 한다.

손안에 한송이 꽃이 있다. 꽃은 뽑지 않고 꽃대 사이에 살포시 손을 넣었을 뿐이다. 유독 아름다워 보여서 손안에 넣고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코스모스는 10월 말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찾아올 사람들을 기다릴 것이다.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이며 우주를 의미하는 Cosmos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것처럼 무한한 우주를 연상하게 하는 꽃이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을 폭발적으로 뿜어 냈던 대폭발의 큰 사건이 있는 후 영겁의 세월을 거쳐 코스모스 속에 코스모스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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