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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탑마을 가을 홀릭

공주의 소박한 가을 즐기기

일상을 둘러보면 천 개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는 생각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연인에게 줄 선물로 노력을 들여 접는 학의 숫자는 보통 천 개다. 백개는 작고 만개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사귄 지 천일이 되면 더 오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쌓이는 시간이다. 천일 간 기도를 올리면 정말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감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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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에는 천탑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무언가 소원을 이루어지게 만들 것 같은 천탑이 쌓여 있다. 천 개의 탑이라기보다는 탑에 쌓인 돌의 수가 천 개는 충분히 넘어 보이는 곳이다. 천불 천탑이 보여주는 낯섦은 상식과 기대치가 사람들에게 있다. 그리고 예측성 모두를 벗어나 있는 데서 기인하기도 한다. 들녘에는 황금빛 벼 단풍이 번져가는 시기가 지나가면 이렇게 화려한 색깔의 단풍이 찾아오는 계절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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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 천탑마을로 떠나는 여행은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길로의 여행이다. 생각 외의 공간에서 가을색이 진한 마을의 풍경을 보았다. 천이라는 숫자는 많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천탑마을은 여름에 더 사랑을 받는 곳이지만 가을에도 단풍이 아름다워서 아는 사람만 찾아온다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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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상징하는 탑 아래에는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예전에 마셔보았던 구절초 꽃차가 생각난다. 청초한 하얀색의 자태로 향기를 멀리 뿜는 구절초에는 가을 정취가 가득했다. 억척같은 뿌리를 가졌지만 위에 핀 구절초는 생각외로 소박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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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는 어미니의 사랑을 담은 꽃이라고 했던가.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채취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 하여 구절초라 부르는데 가을에 뿌리째 캐어서 말려서 약으로 쓰면 좋다. 아이를 정말 가지고 싶었던 한 여인은 지극정성으로 치성을 드리면서 사찰 내에 있는 약수로 밥을 해 먹으면서 또한 사찰 주변에 활짝 핀 구절초를 달인 차를 마시면서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로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구절초를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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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쌀값이 조금 올랐다고 하는데 그래도 풍요로운 벼 이삭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한 여름에는 이곳을 찾아와서 피서를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한적한 가을에 오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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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렇지만 굳이 정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벌써 겨울 초입에 들어선 것 같이 밤이 되면 꽤나 춥다. 이제 가는 가을이 아쉽기만 한 시기가 왔다. 11월 둘째 주가 지나면 이제 겨울이라고 말할 정도로 내려간 온도가 느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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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탑마을에서 조금 내려오면 마곡초등학교가 있는 곳에 마곡천이 흐르고 있다. 이곳도 역시 가을이다. 이곳을 흐르는 마곡천은 유구읍에서 시작하여 사곡면 북부의 부곡리·운암리·가교리·고당리를 거쳐 호계리에서 유구천에 합류한다. 물 흐르는 대로 세월 가는 대로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방향만 잡으면 문제 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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