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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4. 2018

천탑마을 가을 홀릭

공주의 소박한 가을 즐기기

일상을 둘러보면 천 개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는 생각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연인에게 줄 선물로 노력을 들여 접는 학의 숫자는 보통 천 개다. 백개는 작고 만개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사귄 지 천일이 되면 더 오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쌓이는 시간이다. 천일 간 기도를 올리면 정말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감도 든다. 

공주에는 천탑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무언가 소원을 이루어지게 만들 것 같은 천탑이 쌓여 있다. 천 개의 탑이라기보다는 탑에 쌓인 돌의 수가 천 개는 충분히 넘어 보이는 곳이다. 천불 천탑이 보여주는 낯섦은 상식과 기대치가 사람들에게 있다.  그리고 예측성 모두를 벗어나 있는 데서 기인하기도 한다. 들녘에는 황금빛 벼 단풍이 번져가는 시기가 지나가면 이렇게 화려한 색깔의 단풍이 찾아오는 계절이 시작된다. 

천불 천탑마을로 떠나는 여행은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길로의 여행이다. 생각 외의 공간에서 가을색이 진한 마을의 풍경을 보았다. 천이라는 숫자는 많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천탑마을은 여름에 더 사랑을 받는 곳이지만 가을에도 단풍이 아름다워서 아는 사람만 찾아온다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마을을 상징하는 탑 아래에는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예전에 마셔보았던 구절초 꽃차가 생각난다. 청초한 하얀색의 자태로 향기를 멀리 뿜는 구절초에는 가을 정취가 가득했다. 억척같은 뿌리를 가졌지만 위에 핀 구절초는 생각외로 소박해보였다. 

구절초는 어미니의 사랑을 담은 꽃이라고 했던가.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채취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 하여 구절초라 부르는데 가을에 뿌리째 캐어서 말려서 약으로 쓰면 좋다. 아이를 정말 가지고 싶었던 한 여인은 지극정성으로 치성을 드리면서 사찰 내에 있는 약수로 밥을 해 먹으면서 또한 사찰 주변에 활짝 핀 구절초를 달인 차를 마시면서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로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구절초를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올해는 쌀값이 조금 올랐다고 하는데 그래도 풍요로운 벼 이삭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한 여름에는 이곳을 찾아와서 피서를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한적한 가을에 오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명확하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렇지만 굳이 정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벌써 겨울 초입에 들어선 것 같이 밤이 되면 꽤나 춥다. 이제 가는 가을이 아쉽기만 한 시기가 왔다. 11월 둘째 주가 지나면 이제 겨울이라고 말할 정도로 내려간 온도가 느껴질 듯하다. 

천탑마을에서 조금 내려오면 마곡초등학교가 있는 곳에 마곡천이 흐르고 있다. 이곳도 역시 가을이다. 이곳을 흐르는 마곡천은 유구읍에서 시작하여 사곡면 북부의 부곡리·운암리·가교리·고당리를 거쳐 호계리에서 유구천에 합류한다. 물 흐르는 대로 세월 가는 대로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방향만 잡으면 문제 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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