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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5. 2018

사천읍시장

제철 생선을 만날 수 있는 곳

이맘때쯤이 되면 맛있어지는 생선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방어, 고등어, 갈치, 볼락으로 방어와 고등어는 회로 갈치는 갈치조림으로 볼락은 구이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바다와 접해 있는 사천에는 생선으로 유명한 삼천포시장도 있지만 사천시의 중심에 있는 사천읍시장에서도 제철 생선을 만날 수 있다. 


사천읍시장은 경남 사천시 사천읍 시장 1길 8에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삼천포까지 내려가지 않고 사천에서 나오는 제철 농산물과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농어촌의 중심지역에 형성된 재래 3일장에서 출발하여 5일장으로 운영되다가 현재 상설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건어물, 수산물, 의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천읍시장에서 만난 갈치의 빛깔이 유난히 은색으로 빛이 나고 있다. 고도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 함유량이 높아 기억력 증진에 효과적이라는 은갈치다. 

제철을 맞아 사온 갈치로 갈치조림을 만들어서 먹으면 밥도둑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신선한 갈치에다가 간장과 고춧가루, 오미자청, 맛술, 다진 마늘을 넣고 소스장을 만들면 걸쭉한 맛이 그만이다. 

눈이 밝아질 것 같은 은갈치를 보고 나서 다시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삼천포 시장과 달리 생활형 시장이라서 일반 상품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대도시의 전통시장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지역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재료를 사서 음식을 해보면 미묘하게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사천의 농산물 등은 어떤 맛을 낼 수 있을까. 곡식·과실·채소·가축·달걀·누에고치 등과 같은 농업생산물의 주산물과 밀기울 등의 부산물을 합쳐서 농산물이라고 부른다. 

요즘에 자꾸 눈에 들어오는 생선은 바로 이 쥐치다. 수십 년 전에는 이상한 생김새 등으로 '재수 없는 고기'로 취급받으면서 어획되면 바로 버려지거나 사료 등에 사용된 쥐치였지만 영양이 풍부한 흰살생선인 쥐치류는 육질이 단단해 복어처럼 얇게 썰고 여기에 간을 곁들여 먹으면 맛이 참 좋다. 씹을수록 배어나는 고소한 감칠맛이 있어 미식가라면 지나치기에 아쉽다. 

낚시를 하면 자주 낚이는 볼락도 시장에서 볼 수 있다. 볼락이라고도 하며 구이로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쫀득한 느낌이 너무 좋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박순어(薄脣魚)라는 것을 소개하였는데 그 속명을 발락어(發落魚)라 하고, “모양은 검어(黔魚:속명은 검처귀)와 유사하나 크기는 조기만 하고 빛깔은 청흑 색이고 입은 작고 입술과 아가미는 아주 엷으며 맛은 검어와 같다.”라고 전하고 있다. 

시장에 오면 흔하게 보는 장면이다. 손이 놀면 뭐하겠는가 잡아온 조개와 홍합은 이렇게 아낙네들의 빠른 손길로 알맹이가 분리되어서 따로 포장되어서 팔리게 된다. 

제철 생선과 농산물을 보면서 지나쳐 오다 보니 어느새 반대쪽으로 나오게 된다. 사천읍시장은 따로 주차장을 조성해두었는데 이곳의 반대편에 주차장이 있다. 

주변을 돌아보니 여주 혹은 일본에서 고야라고 불리는 열매가 보인다. 일본에서는 여주를 '네가 우리'라고 부르지만 '고야'라는 명칭도 함께 사용하는데 일명 건어물녀로 불리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호타루의 빛에서 고야라는 열매만을 가지고 그려진 것이 생각난다. 여주는 열매를 조리하여 볶음요리, 샐러드, 카레요리 피클 등으로 이용한다. 다음에는 여주를 요리 재료로 사용해봐야 할 듯하다.  비타민 C 함유량이 레몬의 5배에 이르며 가열해도 거의 손상되지 않아 건강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방어 철이다. 역시 사천읍시장에서도 방어를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방어는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몸빛은 등 쪽이 철색(鐵色)을 띤 청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인 방어는 주둥이에서 꼬리 자루까지 담황색의 불선명한 띠가 있는데 큰 것은 몸길이는 1m가 넘는 경우도 있다. 

봄부터 여름철에는 살 속에 기생충이 생기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아 ‘여름철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지만 특히 산란기 직전인 겨울에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두툼한 식감 덕분에 먹어도 질리지가 않으며 씹을수록 고소한 향이 입안을 감도는 매력에 푹 빠져 계속 먹게 되는 방어를 이번 주에는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즐겁다. 사천에서 사천읍시장으로 가는 길은 제철 생선과 맛을 찾아가는 사천 식탐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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