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수영장의 서바이벌 실화
1ft를 cm로 환산하면 30cm가 약간 넘는다. 수영장의 낮은 다이빙대에서 다이빙을 하려면 적어도 깊이가 3미터는 넘어야 한다. 영화 12피트는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수영장으로 깊이는 3.7미터 정도다. 우연하게 12피트라는 영화를 보니 Six feet under라는 미드가 연상되었다. 미국인들은 죽으면 대부분 6피트 아래에 묻히게 된다. 딱 두배의 깊이만큼의 수영장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실화라고 하는데 잠시 반지를 찾으러 간 사이에 자동으로 수영장의 덮개가 덮이고 자매는 갇히게 된다.
수영장에 갇히면 우선은 저체온증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서로 소통의 문제가 있던 자매가 갇힌 공간에서 그동안의 문제를 서로 풀어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서로 합심해도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은 마당에 서로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고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다시 풀어보려고 한다. 수영을 자주 하는 편이라서 물속에 들어가는 일이 많지만 때론 물속에서 살짝 공포심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잠영으로 25미터 레인을 끝까지 가보는 것을 연습처럼 해볼 때가 있다. 우리는 물속에서 태어났지만 때론 물을 두려워하는 것은 왜일까.
상황이 점점 절망적으로 치닫고 있을 때 돈이 궁한 여자 청소부가 들어오게 된다. 자신들이 갇힌 것을 알렸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녀들의 가방에서 돈을 꺼내 가지려는 욕심에 이 상황을 덮으려고 한다. 은행 핀코드를 알려주면 그다음에 생각해보겠다는 여성 청소부의 제안에 망설였지만 극한 상황에서 때아닌 두뇌게임을 하게 된다.
한 여름에도 수영장에 가면 밤이 되면 무척이나 차가워진다. 추위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몸 떨림 현상은 기초대사량을 5배까지 증가시키다가 몸 떨림에는 한계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수 시간 후에는 미미해진다. 그러다가 중심 체온이 30℃ 이하로 내려가면 몸 떨림의 방어기전이 작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영화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소수의 배우로 촬영한 저예산 영화다. 수영장을 이용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과는 영화에서 받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볼만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