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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6. 2018

남아 있는 갈대

신성리 갈대밭

억새와 동반해서 가다가 가장 마지막으로 자리 잡았다는 갈대는 신성리에 와서 멈추어섰나 보다. 하늘하늘거리면서 매서운 바람도 이겨내고 넘어지고 밟히면서도 그 자리에서 대를 세우고 서 있는 갈대는 신성리 여행지에서 빠지면 아쉽다. 바람 한 점 없는 가을의 신성리 갈대밭은 충청남도의 서쪽 언저리를 따라가다 보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뻗어 나오고 있었다. 

순천의 갈대밭을 본 기억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에 자리한 신성리 갈대밭에 더 정이 간다. 처음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영화 때문이기도 했다.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도 유명한 신성리 갈대밭은 면적이 무려 6만여 평에 이르는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한 곳이다. 

사진작가들의 촬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지 오래되었다. 금강이 굽이굽이 돌아서 이곳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내려오면 무성한 갈대와 어우러져 평온함과 애잔한 가을의 정취를 찾는 이에게 색다른 기억을 남기게 해 준다.

건물의 안쪽에 들어오면 신성리의 갈대로 만들었을 것 같은 각종 기념품과 나뭇가지로 만든 솟대도 구입해볼 수 있다.  신성리에서는 두 가지 특이한 특산품이 있는데 갈대를 꺾어 만들어서 사용한 빗자루인 갈비와 갈대숲에서 사는 것으로 워낙 흔한 갈게(갈대밭에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껍질이 얇고 무른 것이 특징인데 시장에 가면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의 평화무드로 인해 공동경비구역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비무장지대 수색 중 지뢰를 밟아 대열에서 낙오된 이수혁 병장(이병헌)은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과 전사 정우진(신하균)의 도움으로 다행히 목숨을 건지는데 그 촬영이 바로 이 갈대밭에서 이루어졌다. 공동경비구역은 비무장지대(非武裝地帶)는 일반적으로 ‘국제조약이나 협약, 협정에 의하여 무장이 금지된 완충지대’를 칭한다. DMZ(Demilitarized Zone)로도 약칭되는데 그 속의  판문점은 이 지역의 이름이며 공식 명칭은 공동경비구역(JSA)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촬영하고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영화도 찍고 나서 떠나지만 갈대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서 다시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만이 찾아오지 않는 이곳은 겨울이 오면 불현듯 날아드는 고니, 청둥오리, 검은 머리 물떼새 등 철새들이 갈대와 함께 한다. 철새의 군락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갈대에게는 시간이 무진장 많이 있다. 사람들은 생업이 있기에 시간을 끝없이 쓸 수 없지만 갈대는 곡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 없다. 갈대밭에 와서 누군가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여유가 있다. 오직 갈대이기에 가능하다.

사실 신성리 갈대밭은 자주 올만큼 즐길거리나 중요한 역사는 백제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 그런데 갈대가 관광객을 안내하면서, 끝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갈대야말로 관광하기에 최적지라고 떠드는데 이야기가 너무 근사하니까 관광객들이 모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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