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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꽃게

보령의 가을 장날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누군가와 만나는 것을 약속이라고 한다. 약속을 가벼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가벼이 생각하는 사람 중에 이룬 것이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드물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마저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 자신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할 경우는 거의 없다. 날짜를 잡고 어떤 공간에 모여서 팔고 싶은 것을 팔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시장이다. 10월부터 11월까지 보령의 가을 장날에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꽃게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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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색깔은 주황색이다. 갈색일 수도 있고 노란색일 수도 있지만 주황색이 가장 가을에 걸맞은 색깔이다. 주황색 하면 나뭇가지를 길게 늘어트리며 매달려 있는 단감이 연상된다. 보령의 가을 장날에는 단감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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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甘柹) 혹은 단감은 1183년(명종 13)에 흑조(黑棗)에 나온 것으로 보아 고려 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단감은 1910년경 일본에서 도입된 것으로 네 개의 골이 있는 단감은 효능은 빈혈, 식욕 부진, 혈관 영양 장애, 어린아이의 발육 부진에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 C의 함량이 풍부하여 피부 미용 및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지금 나오는 단감은 만생종인 부유(富有)로 수확기는 10월 하순~11월 상순인데 과육은 갈반이 적고 당도는 15~16%로 중간 정도이지만 과즙이 많아 식미와 감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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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적지 않은 곳에서 배추농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맘때 수확되는 배추는 김장배추에 걸맞게 속이 알차게 들어차고 있다. 이제 더 추워지면 배추도 냉해로 괜찮은 것을 구하기가 힘들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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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젓, 육젓, 추젓, 황석어젓, 각종 적갈류도 장날에는 빠질 수 없는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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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등으로 여행을 가면 흔히 보는 열매가 바로 이 노니다. 인도와 하와이에서는 식품과 약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노니는 '인도 오디'라고 부르기도 한다. 각종 효능이 있다는 노니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에서는 '노니'라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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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가을 장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감과 해산물을 보면서 돌아보다 보면 특히 바닥에 행상을 차리고 보령의 앞바다에서 잡힌 해산물을 팔고 있는 상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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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낙지를 비롯하여 은갈치, 고등어, 꽃게, 반건조 생선 등이 있다. 아직은 물메기가 나오는 철은 아니라서 그런지 물메기는 잘 눈에 뜨이지 않았다. 가을 꽃게를 먹은 것이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지금쯤 보령 가을 꽃게를 먹어야 될 때가 된 듯하다. 가을 초입에서는 수게가 맛이 좋지만 10월 중순 이후엔 암게도 살이 많아 선호하는 게를 선택해서 먹으면 된다. 된장 베이스로 만든 꽃게탕은 꽃게 특유의 감칠맛이 잘 살아있고 잘 익은 속살을 꺼내 먹는 재미도 쏠쏠해서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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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생선이란 완전히 말려지지 않은 생선으로 해풍에 잘 말려진 반건조 생선들은 쫄깃쫄깃한 맛과 짭짤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밥상에서 항상 주인공이 되어준다. 반건조 생선은 비린내가 많아 나지 않고 염장도 적당하여 짜지 않고 물컹거리지 않고 쫄깃쫄깃하해서 좋다. 이날의 보령의 가을 장날은 아침에 열려 저녁에 막을 내렸지만 11월에는 가을 맛을 볼 수 있는 가을 장날이 여러 날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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