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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2. 2018

기대다.

하늘하늘한 꽃의 에너지

하늘하늘한 꽃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대덕구의 끝자락에 있는 로하스 길은 금강변을 두고 걷는 길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소는 결국 내가 걸어서 만난 곳으로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 역시 늘 걷는 만큼 존재한다. 가을의 일상의 아름다움을 죽을 때까지 선명하게 간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익숙하면서도 뜻밖의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는 세상 깊숙한 곳의 풍경들을 보러 밖으로 나왔다. 


금강하구둑과 신탄진의 대청댐을 쭉 이어주는 길이 로하스 길이다. 대전을 알리는 가이드북에도 잘 나오지 않는 곳에서의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파스텔 계열의 코스모스가 노스탤지어처럼 피어 있다. nostalgia(노스탤지어)는 “향수(鄕愁), 향수병(homesickness), 과거에의 동경, 회고의 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향수병의 증상은 의기소침과 우울증을 동반하고 때로는 과도한 눈물과 식욕 감퇴로 나타난다고 호퍼는 자신의 논문에서 기술한 바 있다. 노스탤지어는 본디 시간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리키기도 한다. 

기차를 안 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정도로 오래되었다. 로하스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지나가는 기차를 만날 때가 있다. 화물열차가 아닌 KTX가 지나가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낙엽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가끔은 서두를 필요도, 빠른 발걸음으로도 필요치 않을 때가 있다. 때때로 삶의 속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철저하게 시간을 놓아버리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대덕구의 걷는 길에 붙어져 있는 로하스는 의미가 좋다. 로하스(LOHAS)는 'Lifestyles od Health and Sustainabilith'의 약자로 건강한 생활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웰빙(well-being)의 개념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로하스는 사람의 이름이기도 한데 칠레의 작가인 로하스는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을 따라 여행했고, 그때 접한 여러 가지 상황과 가지각색의 사람들은 훗날 그의 작품세계의 일부가 되었는데 이 길을 따라다니다 보면 변하는 많은 풍경을 볼 수 있다. 

로하스길에 피어 있는 꽃에 손을 잠깐 대본다. 사람과 사람은 이렇게 살짝 손을 대는 것처럼 기대는 것이 가장 좋은 관계가 아닐까. 

경주에 가서 본 핑크 뮬리가 로하스길에도 있었다. 헤어리온 뮬리(Hairawn muhly), 걸프 뮬리(Gulf muhly)라고도 불리는 핑크 뮬리의 학명은 ‘Muhlenbergia Capillaris’다. 전국은 말 그대로 핑크 열풍이다. 분홍 억새라고도 불리며 벼과 쥐꼬리새 속의 여러해살이풀인 핑크 뮬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길 곳곳에 점점이 박혀 있는 핑크색 하나로 때대로 무채색의 도시가 화려하게 탈바꿈을 시도한다. 자주 가보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만 돌아봄으로 인해 힘이 실리는 것, 여행의 색이란 그런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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