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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2. 2018

문경의 아침

문경의 모전천을 걷는 일

문경의 시내를 조용하게 관통하면서 흐르는 길이 있다. 작은 천이지만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문경을 자주 가봐야 그 매력을 알 수 있는 곳이다. 일요일 모두가 늦잠을 자고 있을 아침에 모전천을 거니는 경험은 색다름으로 다가온다. 가끔은 신체적 뻐근함으로 가슴을 짓누르던 현실의 무게가 사라질 때가 있다. 아직까지 물의 도시라는 베네치아는 가보지 못했지만 그곳에 갔닥 생각하고 천변을 걸어본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라는 베네치아가 떡갈나무 화석 위에 건설된 도시라면 문경은 산세의 아름다움 속에 만들어진 도시다. 문경에 오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문경 분들은 건강이 좋은 듯하다. 그래서 베네치아에 세워진 산타 마리아 살루테(건강) 성당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성당은 17세기 흑사병으로 1/3의 베네치아 사람들이 죽고 나서 세워진 것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풍경이 매우 진해 보인다. 옆에 데크길로 천천히 걸어서 아래쪽으로 내려가 본다. 문경의 작은 마을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다. 문경 모전천은 봄에 벚꽃이 피면 그렇게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봄에 모전천을 걸어보지 않아서 그 매력은 모르겠지만 상상은 된다. 

모전천 옆에 있는 집들의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마치 시민들이 함께하며 만들어가는 공간처럼 보인다. 모전천도 물길 변경, 습지 개간 등에 따라 훼손된 수생태계를 습지 조성과 물길을 복원해 수질을 개선하고 수생태계 건강성을 회복시킨 곳이라고 한다. 

벽화도 보았으니 이제 돌다리를 건너서 건너편의 그림을 보러 가야 할 시간이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이곳으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홀로 걸으면서 사색에 잠겨본다. 역시 산책은 아침산책이 가장 좋다. 머리가 맑아지면서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좋다. 

모전천을 따라 길가에 생태가 살아있고 초록, 노랑, 파랑, 빨강 등의 색채로 만들어놓은 벽화들이 눈에 뜨인다. 이곳의 색채를 보고 있으면 마음에 작은 기쁨의 느낌과 함께 행복의 기운이 불어오는 것만 같다. 

혼자만 걷는 시간인지 알았더니 오리 가족들이 물에서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벌써 윈터홀릭에 빠질 시간이 왔다. 아직은 윈터홀릭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겨울 하면 생명의 계절이라기보다는 춥고 다소 회색빛이 짙은 계절이다. 그렇지만 겨울이 지나면 생명의 계절 봄이 온다. 그리고 이곳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하겠지. 추운 나라 노르웨이가 낳은 예술가 에드바르트 뭉크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추운 계절이지만 따뜻함을 찾으면 좋다.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문경새재의 새하얀 겨울 사진은 정말 매력 있다. 겨울에도 문경에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나는 두 명의 친구와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하늘이 핏빛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한 줌의 우울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멈춰 섰고 너무나 피곤해서 난간에 기대었다. 흑청색의 피오르와 도시 너머로 불로 된 피와 혀가 걸려 있었다. 친구들은 계속 걸었으나 나는 불안에 떨며 멈춰 섰다. 그리고 자연을 통해 울리는 커다랗고 끝이 없는 비명 소리를 느꼈다." - 에드바르트 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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