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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2. 2018

또 깠다.

의성마늘의 매력이란...

이번에는 정말로 깐 마늘을 사려고 했건만 다시 마늘을 까게 되었다. 마늘 까는 시간은 점점 단축되고 있는데 좋아해야 하는 것인가? 마늘 까는 올림픽이 있다고 하더라도 출전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는 의성마늘을 사려고 발길을 했다. 경북 안동의 바로 밑에 있는 진정한 의성마늘의 매력은 무엇일까. 까놓은 의성마늘은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시장으로 향했다. 


희한하게 시장에서는 대기 마늘이라는 상표를 달고 팔고 있는 국산 깐 마늘이 많았다. 원산지는 국내산이라고 해서 물어보니 그냥 국내라는 말로 대신하시는 상인 분이 있어서 꼬치꼬치 캐물으니 남해 쪽에서 생산되는 마늘이라고 한다. 즉 의성마늘이 아니라는 것이다. 질 좋아 보이는 마늘이 1kg에 7,000원이니 혹했다. 그냥 지인에게 이 마늘이 의성마늘 까놓은 것이라고 말할까. 

그래도 그럴 수는 없었다. 찾아보니 의성마늘은 있었다. 의성마늘은 까놓으면 구분이 안되니 이렇게 빨 간망에 의성마늘의 형태를 알릴 수 있도록 판다고 한다. 굳이 깐 마늘을 가져가고 싶으면 이 마늘을 사서 맡기면 된다고 한다. 신뢰는 가지만 마늘을 까야하는 것은 필자이기에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마늘을 사서 가야 할 것 같았다. 

자 사온 마늘은 이런 비주얼이다. 서산 육쪽마늘과 무언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다. 같은 육쪽마늘인데 땅이 다르니 맛도 조금 다를라나. 만약 마늘 감별사라는 자격이 생긴다면 도전해볼까. 아니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한 접을 깔 생각부터 해야 한다. 

우선 마늘을 대로부터 분리를 해야 한다. 다행히 이날 가위 갈이도 같이 할 수 있는 칼갈이가 도착해서 그걸로 갈고 자르기 시작했다. 

지인이 말했듯이 우선 잘라놓으면 얼마 되지 않는다. 양으로 보면 대충 국산 마늘이 가성비는 더 좋다. 수고롭지도 않지 양은 비슷하던가 조금 더 많지. 굳이 의성마늘을 먹어야 할까.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자 우선 물에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번의 경험으로 물에 불려서 악력으로 까면 속도가 붙는다. 이 방법은 여자보다 남자 쪽에 더 유리한 마늘 까기 방법이다. 

마늘을 전력을 다해 까는 동안 TV를 틀었다. 정말 10년 만에 보는 예능프로를 10여분 보았는데 멀쩡한 건지 아니면 안 멀쩡한 척을 하는 건지 몰라도 바보짓을 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바로 꺼버렸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에서 유튜브를 틀었다.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은 관계로 광고를 넘기지 못하고 그냥 모두 들었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는 하정우의 목소리였다. 무언가 젊었을 때의 도전이나 낭만 같은 것을 말하는 것 같았는데 듣다 보니 리니지 광고였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최소한 국토대장정을 했던 기억을 공유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골방 같은데 스스로 갇혀서 하는 게임에 대한 추억이라니. 

아무튼 그러다 보니 마늘을 모두 깠다. 필자에게 5시간을 줄 테니 리니지를 할래? 마늘을 깔래? 물어본다면 주저하지 않고 마늘을 까겠다고 말할 것이다. 이건 인내심이라도 배우면서 땅에서 나는 우리 식재료의 향을 고스란히 맡아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도 내 손에서는 마늘 향이 난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마늘향이 나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을까. 그렇지만 다음에는 정말 깐마늘만 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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