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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3. 2018

서구 왕자

보라매 크리스마스 축제

크리스마스의 불을 밝힌 곳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가 3주가량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크리스마스의 불을 밝히기 시작한 곳이 많다. 천안도 그렇고 서울도 그렇고 부산도 있고 물론 대전에도 있다. 보라매공원의 중앙 축에 올해로 세 번째로 보라매 크리스마스 축제라는 콘셉트로 조명이 켜졌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올해의 콘셉트는 서구 왕자가 아닐까. 문득 생각해보니 왜 생텍쥐베리는 왕자를 어리다고 규정했을까. 물론 나이가 들면 왕이 되어야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선에서도 나이가 들었는데도 왕세자인 경우가 있다고 볼 때 청년 왕자도 있을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우선 어떤 조명을 설치했는지 가봐야 할 시간이다. 조명이 설치되면 우선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다. 밝은 곳에서는 조금 안전하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즉 대전의 서구는 이렇게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에요라는 효과가 조명의 설치로 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보라매공원은 서구를 상징하는 대표 공원이 아닌가.  

소설을 쓴 생텍쥐베리가 비행기를 몰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곳에서 나온 어린 왕자가 종이비행기를 타고 갔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이곳에서 콘셉트는 종이비행기를 타고 간 어린 왕자다. 어린 왕자를 보면 그 이면 속에 베일에 싸인듯한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하면 신시루처럼 다시 멀어지는 것이 인생의 진미를 찾아가는 누군가처럼 말이다. 

빛의 터널을 지나가면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추워진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겨울의 차가움도, 복잡함도 이곳에는 잠시의 우아함으로 바뀐다. 

빛의 터널을 조금 지나가면 핑크빛 무드가 빛나기 시작하는 공간이 나온다. 핑크 핑크 한 것이 러블리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인끼리 오면 좋은 곳이다. 

I Love You만큼이나 많이 사용되는 말이 있을까. 영어를 몰라도 이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나와 당신은 차가운 색깔의 푸른색이지만 중간을 이어주는 하트는 따뜻한 느낌의 붉은색이다. 나를 생각하고 당신만을 생각하는 존재가 서로를 생각하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Love의 의미가 좋다. 

더 뒤에 크리스마스트리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있고 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일컬어지는 고고한 산인 마터호른이 아주 잠시 연상되었다. 검은색의 하늘과 이루어내는 색의 대비가 꽤나 어울려 보인다. 

빛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빛이 있기에 가능하다. 우리가 인식하는 빛이란, 서로를 밀어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전기와 자기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생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빛은 정지 상태에서 존재할 수 없으며, 그래서 결코 우리는 그것을 따라잡지 못한다. 힐링! 아트트리 빛에 물들다 시즌 3번째는 이제 막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히고 캐럴송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 누군가의 주머니는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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