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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0. 2018

서포루

통영 서피앙을 걷다.

서피앙이라는 통영의 여행지를 처음 갔을 때는 골목을 탐하면서 작가의 삶을 엿보았지만 이번에 갔을 때는 통영을 조망할 수 있는 곳 위주로 돌아다녀 보았다. 시간을 가지고 돌아다니면 서피앙은 반나절을 충분히 즐겨볼 수 있는 곳이다. 서피앙은 즐거움을 좇을 만큼 젊지 않으나 즐거움을 되새길 만큼 늙지도 않은 이들에게 색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윤이상은 통영을 대표하는 음악가이면서 기념공원을 만들 정도로 통영이 자랑하는 사람이다. 이 길은 윤이상과 함께 학교 가는 길이라고 해서 길을 표시해두었다. 말 그대로 골목길이지만 이름이 붙여지면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골목 속을 탐하면서 돌아가는 길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변하지만 사랑과 깊은 소망은 변하지 않는다. 서피랑 길에는 깊은 소망이 스며들어 있다. 

이쪽으로는 처음 와보았기에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이곳은 일방통행으로 저 건너편의 터널을 통해서 들어가면 한 바퀴 돌아서 이곳으로 나오게 된다. 

옆으로 돌아서 올라갈 수도 있고 통영을 조망하기 위해서 가장 가까운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다.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지 간에 자신의 선택이다. 

이곳은 통영의 다른 곳보다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이어서 조금만 올라오면 통영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미 가본 적이 있는 통영의 삼도수군 통제영과 충렬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육지에 있는 서피랑 등대와 그 옆에는 배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조망대임을 알 수 있다.  섬 · 곶 · 항구 · 해안선 등에 설치해 놓은 배의 항로 표지등인 등대는 꼭 배를 탄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삶 속에서도 필요해 보인다. 

이곳은 조망이 좋은 곳인데 통영이라서 방향타로 만들어 놓은 듯하다. 삶의 선장이여, 바람은 불고 돛은 쉴 새 없이 펄럭이는 가운데 삶의 방향타도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에 통영의 바다를 이곳에서 보면 멀리 등대에서 나오는 빛을 볼 수 있다. 등대의 불빛으로는 주황색 · 흰색 · 녹색이 사용된다. 다른 등대나 보통 빛과 구별하기 위하여 비추는 방법이나 색깔을 여러 가지로 바꾸기도 한다. 

이 곳쯤에 오면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꽃피는 미륵산에 봄이 왔건만 배 떠난 충무항은 갈매기만 슬피 운다고 하면서 시작한다. 노랫소리를 뒤로 하고 다시 걸어서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정면에 보이는 서포루는 통영성 서쪽에 있는 포루로 동피랑과 마찬가지로 가파르로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나 절벽이 서쪽에 있다 하여 서피랑은 시가지의 높은 피랑(벼랑) 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에서 유래한 토박이 지명을 붙인 정자이기도 하다. 

숨은 보석은 언젠가 빛을 발하기 미련이듯이 서피랑 길이 사랑받으면서 수많은 여행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비탈을 따라 지어진 집들이 정겹게 모여 있는 통영시가 마침내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 보이며 등장하고 있다. 통영시내의 집들의 지붕들, 멀리 통영의 바닷소리, 작은 배들도 한껏 통영시의 여유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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