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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5. 2018

마산 아구거리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몰라.

이번에 수육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다음에 창원을 가면 아귀를 사서 모두 수육을 할까 생각 중이다. 기본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지만 재료 본질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산의 아귀찜 거리를 돌아보면서 다녀본다. 역시 구도심이라서 그런지 정감이 가득 가는 느낌이다.

특정 음식이나 음식의 재료를 가지고 거리를 조성하는 것은 그 지역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바람직한 콘셉트이다. 특정 음식점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와서 취사선택을 하게끔 해주면 된다.

남해의 바다에서 안주가 세트로 나오는 음식점이 있는 특징이 있는데 창원에는 통술이 있다. 1상에 보통 30,000원이 기본적인 가격인데 한 상이 나오고 술을 더 마시면 다른 안주가 더 나오는 것이 특색 있다.

찜 거리에 가면 말린 아귀를 사용한다. 사실 아귀라는 생선은 그 생김새나 쓰임새가 없었지만 배고플 때 못생긴 생선의 요리를 부탁하면서 대중적인 음식인 아귀찜이 탄생하였다.

아귀의 근원을 보면 남해에서 잡히면 재수가 없다고 어부마저 거리던 아귀는 1960년대 마산 부둣가의 말린 아귀와 콩나물, 미더덕, 미나리, 고춧가루로 만든 아귀찜의 고향이 마산이다. 마산이 고향이지만 사람들은 인천과 서울의 달짝지근한 아귀찜이 원조인지 알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실제로 마산을 가서 따끈하게 살아있는 이야기를 잡아채 보려 찾아가 보았다.

이곳은 오동동 통술골목인 소리길이 자리하고 있다. 소리길은 말 그대로 지역의 소리가 들리는 길이기도 하다. 통술도 먹어보기도 하고 창원의 마산만의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돼지 섬이라는 돝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한다. 배를 타고 오래가는 거리는 아니지만 돝섬은 창원을 왔다면 한 번쯤은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특히 국화가 만개했을 때 오면 축제와 함께 흥을 더할 수 있다.

마산 앞바다를 돌아다니다가 배에 가까이 오는 갈매기를 찍어 보았다. 사람이 있는 근처까지 잘 오는 것을 보니 사람이 주는 새우깡의 맛을 알아버린 듯하다.


아구 내장수육은 가격은 좀 비싼 편이지만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아구의 내장을 접해보고 싶었던 터에 바로 주문을 해본다. 역시 다른 수육과는 다른 느낌이 이곳까지 잘 왔다는 자화자찬마저 하게 된다. 쫄깃하기는 소 내장에 뒤지지 않으며 부드럽기는 도가니보다 부드럽고 내장의 고소함은 생태 내장보다 더 고소한 듯하다.

아귀는 이빨 이외에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물고기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아귀의 간으로서 세계 3대 진미식품 중의 하나인 집오리 간에 비유될 정도로 영양가가 높다고 한다.

아귀찜과 아구찜 명칭은 조금 헷갈리기는 하다. ‘아귀’가 표준어이지만 고기의 입이 크고 험악해서 ‘아구(餓口)’라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한다.

아구는 미더덕찜으로 유명한 마산에서 재 탄생하게 되는데 마산의 아귀찜은 인천이나 서울의 아귀찜과 그 맛이 틀리다. 대도시의 아귀찜들은 달달한 양념 맛 덕분에 아구의 본 맛을 느끼기가 힘들던지 매우 매운 양념 덕분에 물만 먹다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마산의 아귀찜은 어떤 맛일까? 마산의 아구찜은 우선 담백하다. 대도시의 사람들이 느끼기에 어? 이거 약간 심심하네라고 생각할 정도다. 담백하면서도 아구의 본 맛을 잘 이끌어낸 것이 바로 마산 아구찜의 본 맛이다. 즉 어깨의 힘을 빼고 근본에 다가선 음식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아귀수육을 먹다 보면 이렇게 둘이 먹다가 한 명이 자도 모를 수도 있다. 창동 일대는 산업 근대화를 이끈 도시로,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노포가 몰려 있는 곳으로 맛도 보고 바다의 풍광이 있는 창원의 알려지지 않은 옛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풍성한 스토리가 담길 창원 여행을 즐길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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