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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2. 2019

나에게 묻다.

영천 포은 정몽주 생가

질문을 던지는 것 혹은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한국사람이다. 필자는 친한 사람들에게 자주 묻는 편이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혹은 어떤 생각이 드냐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묻는다. 왜? 이걸 하느냐고 혹은 하고 싶냐고 말이다. 질문을 잘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 중 자신에게


하늘과 땅은 우리를 용납하지만

세월은 이 늙은이를 저버리도다.

꽃 꺾어 머리 꽂자니 짧은 머리 부끄럽고

환약을 만들어 쇠한 몸 부지하네.

비바람에 돌아가는 배 드물고

강호에 나그네 베개머리 외로워라.

끝내 임금만을 위하다 보니

처자 염려할 겨를이 없도다.


사람들은 정몽주에 대해 대부분 절개를 지킨 유학자 혹은 정치인으로 기억을 하며 단심가를 기억한다. 어떻게 보면 포은 정몽주를 상당히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셈이다. 저물어가는 나라 고려를 의리로만 지켰던 사람으로 기억해야 할까. 포은 정몽주가 남긴 글들을 보면 이미 고려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포은 정몽주가 젊었고 그 지위가 낮았다면 아마도 백성을 위해 조선의 개국을 반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고려말 정치인으로 높은 자리에 있었고 상당히 큰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많은 정치인이 자신의 지위와 상관없이 이해득실에 의해 아무렇지 않게 소신을 바꾼다. 그렇지만 정몽주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에서 모든 것을 품으면서 목숨까지 내주었다. 

이른 아침에 찾은 포은 정몽주 생가에서의 감회는 남달랐다. 역사와 관련된 글을 자주 쓰는 입장에서 포은 정몽주는 그 비중이 남다르다. 나이가 들면 그만큼의 무게를 가져야 한다. 공자는 40세가 되어 그때까지 자신이 나아가야만 하는 '도'가 나도 모르게 헤맨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으며 50세가 되어 자신이 왜 '배움'이라는 위험한 도박에 나서야 했는지 이해하였다고 한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다. 내가 나이고 자신이 한 몸이 되어가는 것은 자신 스스로에게 있음을 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럴 때마다 보통 핑계라는 것을 댄다. 

포은 정몽주는 본관 연일(延日). 자 달가(達可). 호 포은(圃隱). 초명 몽란(夢蘭)·몽룡(夢龍). 시호 문충(文忠). 영천(永川)에서 태어났다. 영천이라는 도시는 처음 가보았다. 영천은 이수 삼산(二水三山)의 지세에 둘러싸여 있는 도시다. 즉 두 개(남천과 북천)의 물줄기와 세 개(보현산·팔공산·운주산)의 산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의 도시다. 누가 말했던 것처럼 예로부터 소고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고려삼은(三隱)의 한 사람으로 1401년(태종 1) 영의정에 추증되고 익양부원군(益陽府院君)에 추봉 되었다. 정몽주는 지방에 향교를 세워 교육진흥을 꾀하는 한편 '대명률(大明律)'을 참작, '신율(新律)'을 간행하여 법질서의 확립을 기하고 외교와 군사면에도 깊이 관여하여 국운을 바로잡으려 했으나 혼자 힘으로 고려를 바꾸지는 못했다. 

옛 말에 선한 사람이 그 나라를 백 년 다스린다면 사람들 사이에 잔인한 마음이 전파되는 것을 억제하고, 그  결과 최고형인 사형을 폐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 말 한 번 정성스럽다. 포은 정몽주의 글들을 보면 단호해 보였던 정치인이 아닌 두 아들을 사랑했으며 아내를 추억하며 고향을 그리워했던 마음들이 담겨 있다. 그는 선한 사람이었으나 당시의 고려는 선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포은 정몽주가 실현하고자 했던 정치는 "가까운 자가 기뻐하고, 먼 사람은 그리워서 찾아오는 정치"였다. 아는 사람 가운데 선한 사람에게서는 호감을 얻고 선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미움을 받는다. 이방원이 그 뜻을 물었을 때 정몽주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으며 주눅 들지 않고 말해야 하는 것을 말했다. 그것이 그의 길이었다. 


포은 정몽주 생가 : 경북 영천시 임고면 효자로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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