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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31. 2019

진해 벚꽃

벚꽃이 피어나던 날들을 기억하다. 

벚꽃이 피는 계절에 교토에 가면 다리와 양쪽에 가로수가 있어서 멋들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에도 벚꽃 명소가 많이 있지만 구도심과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는 곳은 많지가 않다. 그렇지만 진해는 다른 곳과 다른 벚꽃 풍광을 만들어내기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람들과 벚꽃의 모습이 같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이 덜 추웠던 덕에 올해는 벚꽃 소식이 일찍 전해지고 있는데 진해에도 군항제가 시작되었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은 진해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로 개화 시기가 일주일 가량 빨리 시작되었다. 진해구 일원에는 벚나무만 36만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진해에는 유명한 밀면집이 있어서 우선 밀면을 한 그릇 먼저 먹어본다. 가끔 먹어보는 밀면이지만 밀면은 참 독특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밀가루와 전분을 넣고 반죽하여 만든 국수로 한국전쟁 때 만들어진 음식으로 부산의 대표적 향토음식으로 고명으로는 돼지고기 편육, 무초절임, 무김치, 오이절임이나 오이 볶음, 생채, 완숙 달걀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벚꽃은 다른 봄꽃과 달리 떨어질 때도 아름답게 떨어진다. 그리고 쉽게 때에 물들지 않아서 마치 더러워지지 않는 눈과 같은 느낌이다. 몸이 열리고 실핏줄까지 분홍색으로 물든다. 이제 밝은 분홍빛 하나만이 사람들의 색감이 되었고, 벚꽃의 들숨날숨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많지는 않지만 남쪽의 끝자락이기에 동백꽃들도 볼 수 있다. 해운 최치원은 자신의 자를 따른 부산 해운대의 동백섬 한가운에 의연히 앉아 있는데 그 주변에는 가는 겨울, 오는 봄을 동백으로 피고 지고 있다. 


그대 위하여

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

(...)

아아 나의 청춘의 이 피꽃!

- 유치환 <동백꽃>

보통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목련을 제외하고 대체로 작다. 가장 아름답게 자신을 버려서 시간과 공간을 얻는 꽃들의 길이다. 진해역에서 이어지는 이곳은 전국에서 거의 만나볼 수 없는 벚꽃의 길이다. 벚나무의 원산지는 한국이다. 꽃나무 전체로 볼 때는 한꺼번에 피어나 구름같이 떠 있다가 한꺼번에 눈처럼 지는 것이 두드러진다. 

벚꽃차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벚꽃은 독성이 없고 예로부터 숙취나 식중독의 해독제로 사용되었다. 엷은 소금물에 봉오리째 담아 숙성시킨 꽃을 찻잔에 띄우면 봄의 냄새를 꾸준하게 느껴볼 수 있다. 봉오리째 딴 꽃을 그늘에서 2주일간 말려서 밀봉 보관한 후 3~4송이를 찻잔에 넣고 끓인 물을 우려내어 마시면 된다. 

잎보다 먼저 피는 벚꽃은 연한 홍색 또는 거의 백색으로 많은 꽃이 방사형으로 나와서 끝마디에 하나씩 붙은 산형화서로 2~5개씩 달리는데 꽃잎이 5개인 오판화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진해는 벚꽃 관광지로 대표적인 곳이다. 진해가 벚꽃으로 유명해진 것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1905년은 일본이 전 세계에서 열강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는 러일전쟁의 승전의 해였다. 러시아의 발틱함대에 대응하기 위해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은 쓰시마 해협에서 전쟁을 치르려고 준비를 한다. 지금 대마도와 일본 본토 사이의 쓰시마 해협과 가까운 곳에 진해가 있었다. 진해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난 후  러일전쟁에서 대승을 하면서 특별한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진해를 일본의 대표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벚꽃을 심었다. 진해의 벚꽃은 그렇게 유명해졌지만 정치적인 의미를 두면서 잠시 미움이 대상이 되었다가 지금은 사람들의 사랑의 대상이 되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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