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原都心)

대전 원도심 여행

남쪽보다는 벚꽃이 덜 폈지만 대전 역시 벚꽃을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어릴 때 보아왔던 대전 원도심보다 지금의 모습이 조금 더 이뻐지고 나들이에 적합한 곳으로 변하고 있었다. 오래된 곳이 다시 활력으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같은 대도시의 탄생은 자동차의 대중화와 함께 같이 진행되었다. 1886년 독일의 다이믈러와 벤츠가 거의 동시에 자동차를 발명하였으나 1908년 미국의 포드에 의해 차의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 방식이 개발되면서 자동차의 대중화와 함께 대도시로의 집중이 가속화되었다. 

가끔 찾아가던 대전역이 지금은 현대식으로 바뀌어 있다. 대전의 주요 상업지역이 원도심에 있을 때가 있었다. 상업지대로서 점차 도심으로서의 성숙을 하다가 교외 주택지가 형성되면서 부도심이 형성되고 고급주택지가 점차 세분화되고 서민 주택지가 되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대전이 되었다. 

기차와 전철을 탈 수 있는 대전역에 가면 오래전 대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접해볼 수 있다. 저시 절에는 보차공존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 대전역과 그 앞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세부의 도로에는 보차가 공존하는 커뮤니티형 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1980년에 분양이 개시된 일본의 시찌가하마 뉴타운은 일본 신 시가지로서는 처음으로 보차공존 개념에 근거한 곳으로 유명하다. 

안 보던 사이에 대전역의 구석구석에는 오래 전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나와본다. 버들나무를 비롯하여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그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은 사람과 자동차가 서로 양보하는 거리로서 차는 차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통행하는 벚꽃도로라고 볼 수 있다. 

네덜란드의 Woonerf가 반영된 커뮤니티도로의 특징이라면 보차도 구분은 없애지만 포장면의 질감에 변화를 주어서 사람은 노면 전체를 사용하지만 자동차는 한정된 공간밖에 통행할 수 없는 인상을 주게 한다. 어떤 지역의 도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원도심을 가보는 것이 가장 좋다. 원도심은 어떻게 구워내느냐에 따라 그저 맛없는 밀가루 음식이 될 수도, 아주 맛깔나며 식감이 살아 있는 스콘이나 비슷켓이 될 수도 있다.

목척교 주변으로 오래된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대전역에서 산업은행, 목척교, 충남도청, 충청남도 관사촌, 대흥동성당,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등으로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다른 지역에 가면 대전에 가면 어딜 가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살펴보지 않으면 특별한 여행지가 없어 보이는 곳이 대전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나  해변, 깎아지른 비경을 찾아보기 힘든 대전의 원도심은 느리게 걸어봐야 보이기 시작한다. 잘 모르고 지나치는 원도심의 숨은 이야기들을 듣고, 보고, 되새김질하면서 돌아본다. 그렇게 돌아보고 난 뒤에야 비로소 원도심을 정의할 수 있는 여행자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