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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8. 2019

한 잔의 물

정명희 미술관 소장전

중부권의 수많은 사람들의 식수를 공급하는 금강물은 저 높은 산의 어디에서 발원하여 시작한다. 물이 있으면 그것이 시작하여 내려오는 물줄기가 필요하다. 정명희 미술가는 그 물의 생태적인 근원을 찾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오랜 시간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립하기 위해 모색하던 중에 1985년에는 금강을 자신의 예술세계를 받칠 중심 소재로 삼은 후 줄곧 금강과 관련된 생물이나 동물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대전의 구도심에 자리한 대전광역시교육청 정명희 미술관은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올해로 개관 8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대전시민들과 만나보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이 한 잔의 물' 시리즈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작업된 것으로 대전광역시교육청에 기증할 무렵 작업했던 것이라고 한다. 전통적 한국화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고 한다. 

물을 조금만 마시는 사람이나 많이 마시는 사람이나 한 잔의 물은 누구나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마신다. 한 잔의 물이 무척 소중하다는 것은 특정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면 물이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 수가 없다. 필자 역시 5년 전에 대책 없이 도전을 시작했을 때 한 잔의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 작가는 생태가 살아 있어야 하는 금강의 금강 지킴이로써 큰 틀에서의 메시지를 보여주다가 우리가 먹고 마셔야 하는 식용수로서의 물에 대한 인식을 크게 부각하려고 했다고 한다. 

공간에 따라 집안마다 담기는 한 잔의 물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물은 생명을 의미한다. 작가는 우리 일상에서 자주 대하는 용기에 물을 담아 마셔야 하는 생명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미세먼지, 생태계 파괴, 자연의 회복 등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연의 고마움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진다면 삶이 조금 더 건강해지는데 도움이 된다. 

사람을 비롯하여 동물과 식물의 에너지는 산과 물에서 나온다. 금강의 물을 담았다는 각 잔에는 작가가 주변에서 마주했던 요소들이 오브제처럼 들어가 있으며 작가를 상징하는 기산의 새를 넣었다고 한다. 금강의 물은 그 표현대로 금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생명의 근원을 이루는 물을 의미한다. 

하나의 생명이나 혹은 사람이 마시는 한 잔의 물이 다시 그 근원이 금강으로 향하듯이 사람들이 모여 생명을 이어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생명의 근원이며 생태의 보고인 금강과 이곳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사회는 닮아 있다. 금강과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을 이 한 잔의 물에서 만나 볼 수 있다. 


2019년 전반기 정명희미술관 소장전

이 한 잔의 물

2월 11일 ~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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