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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2. 2019

소녀감성

천안 북일고의 만개한 벚꽃

사람은 눈으로만 세상의 모든 것을 보지는 않는다. 감성이라는 제2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물론 양심의 눈 같은 다른 눈들도 있다. 눈으로만 보고 판단한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다. 천안에 있는 북일고는 북일여자고등학교와 붙어 있는 곳으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일반인에게 오픈하지 않지만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는 오픈하여 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올해는 13일과 14일에 오픈한다. 필자는 그전에 학교 관계자에게 이야기하고 먼저 들어가 보았다. 

대전에도 벚꽃이 만개하는 학교들이 있다. 북일고는 천안에 자리한 학교 중에서 가장 많은 벚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천안에서 북일고를 나왔다고 하면 자부심 상당하다고 한다. 천안북일고는 1984년부터 매년 벚꽃이 만개하는 4월 10일 전후 주말에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이 벚꽃과 불꽃놀이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학교 개방의 날’을 마련해 천안지역 벚꽃 명소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많은 학생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중에 남학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남학생들은 벚꽃을 지나치기만  할 뿐 사진을 찍고 웃고 함께하는 것은 대부분 여학생들이었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는 아니다. 일본은 나라의 상징 꽃을 다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일본 황실의 문양은 국화이고 벚꽃인 사쿠라는 다만 인기가 있는 꽃일 뿐이다.

벚꽃은 함께함으로써 화려해진다.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 본다면 벚꽃은 살구꽃이나 복사꽃에 미치지 못하지만 꽃나무 전체로 볼 때 화사해지고 화려 해지며 한꺼번에 피어나 구름같이 떠 있다가 한꺼번에 눈처럼 지는 것이 이뻐 보인다. 한국의 한라산에는 해발 500미터 이상에서 드물게 자라는 왕벚나무가 있는데 멸종 위기종이다. 그 자생지로 인해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와 여자를 보면 차이가 있다. 물론 동양인이기에 집단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유독 여자들이 결속이 강한 특징을 보인다. 함께했던 그 순간을 남기려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소녀감성이 느껴진다. 

위쪽으로 올라오니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인증숏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양과 동양의 차이는 문화 상대주의가 분명히 존재하며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서로의 사고방식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받아들이며 발전해 나가듯이 남성의 사고와 여성의 사고에서 배울 점이 무엇인지 안다면 서로를 잘 이해하고 그 왜곡을 줄일 수 있을 듯하다. 

저 언덕에 피어 있는 벚꽃을 보자니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이라는 희곡이 생각난다. 벚꽃동산은 라네프스카야 부인은 남편과 사별하고 어린 아들까지 강물에 빠져 죽은 이후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외국으로 도망쳐 기둥서방 같은 남자와 함께 파리 등지에서 타락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있는 돈을 다 탕진하고 나자 그런 생활에도 지쳐서 자신을 찾아온 딸 아냐와 함께 그녀의 무능한 오빠 가예프가 사는 영토 ‘벚꽃 동산’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벚꽃동산의 작가 안톤 체호프는 인간이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행동하는 지식인을 원하고 존경했다.  자기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 발로 걸어서, ‘빌려 온 것’이나 ‘남의 흉내’가 아닌 자기 인생을 걸어가라고 말하고 있다. 

감성은 문학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 주변에서 그나마 글을 좋아하고 읽는 사람들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많은 편이다. 이 곳 북일고 벚꽃동산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들의 소녀감성도 언젠가는 조금씩 잊히겠지만 이 순간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인류는 자신의 힘을 더욱 완전한 것으로 만들면서 전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류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일도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고 친숙한 일이 될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되려면 일을 해야 합니다. 진실을 탐구하고 있는 인간을 전력을 다해 도와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트로피모프 


벚꽃동산의 작가 안톤 체호프는 독일의 온천지 바덴바덴에서 젊은 나이인 44세의 나이에 벚꽃처럼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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