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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4. 2019

디딤돌

넥스트코드 2019

디딤돌과 마중물은 전혀 다른 물질이지만 의미로 보면 공통점이 있다. 어떤 일을 이루거나 발전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데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준다. 대전에서 청년작가 지원 전으로 열리는 넥스트코드는 청년작가의 등용문이자 디딤돌의 역할을 한다. 지역 미술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작가를 양성한다는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 넥스트코드 2019를 보기 위해 찾아가 보았다. 

넥스트코드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으로 '전환의 봄'으로 20여 년 동안 132명의 역량 있는 청년작가들을 발굴하여 소개하였으며 대전. 충남 지역에 연고가 있는 39세 이하의 청년작가가 대상이다. 

올해는 대전이라는 도시의 지역적 연결고리를 표현할 수 있는 동시대 도시-사회의 구조와 단면을 본인만의 시선으로 사유할 수 있는 김재연, 노상희, 박승만, 박용화, 이윤희, 이재석, 장재민  7인의 작가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Flaneur은 프랑스어로 산책자라는 의미다. 인간의 본래 속성은 산책자가 아니었을까. 

산책은 시작이 되지만 끝도 따로 없다. 지구별에 사는 인간 여행자들은 1백 년 남짓 살아가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며 도시 공간 속에서 새로운 삶의 양상을 관조한다. 산책은 굳이 목적을 가지지 않고 나가서 정처 없이 유랑해도 되지만 대도시를 관찰할 수 있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가로 읽어볼 수 있다. 

다양한 작품들이 공간에 자리 잡고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는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의미를 끌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산책자는 잊히거나 버려진 것, 하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발굴하면서 대상의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고 한다. 

명확해 보이지 않은 풍경이 그려졌지만 때로는 독특한 색감과 흐릿한 잔상이 겹쳐서 보이기도 한다. 김재연 작가는 디지털 카메로 촬영한 산의 풍경을 OHP 필름으로 인쇄하고 다시 스캔하는 과정에서 노이즈나 균열 등 인위적인 조작을 의도했다고 한다. 

사진을 찍다 보면 새로운 무언가를 느낄 때가 있다. 겨울나무의 마른 가지, 물가, 돌, 산, 때론 타버려서 재난 지역처럼 보이는 곳도 찍어보면 공기와 온도 등이 같이 담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거대 화폭에 재배치한 풍경은 전시 공간에서 하나의 장면을 둘러싸고 있던 공기, 온도 등 총체적 감각으로서의 기억의 집합체로 기능한다." 

필자 역시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동물을 안전하게 해주는 것외에 동물에게는 괴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인간은 사회성을 길러야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지만 동물은 야생성을 가지고 있다. 동물원은 야생성을 극도로 제한하고 억압하기까지 한다. 박용화라는 작가는 인간성과 동물성의 이중적인 경계를 통해 동시대의 불안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한다. 대전에서도 퓨마가 작년에 탈출했는데 결국 사살되었다. 

자연을 가장한 인공 문명 안에 갇힌 동물들의 절망적인 심리가 화폭에 그려졌다. 

이곳은 동물이 아닌 인간을 가두는 곳이다. 이 작품의 설치 작업을 통해 인간 스스로 인공적인 공간에 갇힌 동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위계적인 관계와 관람하는 주체가 동시에 전복되는 경험을 유도하였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해골, 보철 등으로 신체성을 표현하였다. 사람이 움직이는 관절은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총의 노리쇠가 분리된 것처럼 인간의 장기 역시 그렇게 조립된 것인가. 신체와 사물 분만 아니라 내부와 외부, 자연과 인공, 관념성과 질료성등의 혼성 융합을 통하여 하이브리적 화면을 표현해냈다. 

지구 상의 모든 생물들은 중력에 의해 붙어 살아간다. 다행히 중력에 의해 우주로 날아가지는 않지만 중력이 있기에 한계도 있다.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며 공중에 떠 있는다는 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죽음을 통해 완성된다고 한다. 시간과 중력을 제거함으로써 일시적인 소생을 시도하며 사물의 존재론적인 본질에 대하여 포착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마지막 작가인 이윤희 작가의 작품들이 놓여 있다. 맑은 백자에 금칠을 더해 화려한 채색과 정교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하여 자신의 작품과 서사를 생성하고 있다고 한다. 생명의 유한함을 상징하는 해골, 치유를 상징하는 붕대, 안식처를 상징하는 샘물 등 알레고리 집합체로 단체의 신곡의 장면을 재현했다.  단테가 황량한 지옥세계를 지난 뒤에 "여기서는 죽은 자들로부터 시가 되살아나리니"하고 외쳤을 때 그것은 글자 그대로의 진의(眞意)였다. 

우리는 아무런 채색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났지만 사회는 욕망과 불안을 인간 내면에 넣으면서 변하게 된다. 비록 그렇게 시작하였지만 깨달음을 통한 자아 치유를 통해 영혼의 안식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도시-사회 속에 있는 것들을 다각도의 재 맥락화를 시도한 전시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도시를 독해해볼 수 있다. 


청년작가 지원 전 넥스트코드 2019

4.9 - 5.19

대전시립미술관 1-4 전시실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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