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한 음나무

경남 창원 신방리 음나무군

봄이 되면 유난히 맛있는 새싹이 있다. 드룹나무에서 채취할 수 있는 드룹은 유난히 쌉쌀하고 감칠맛이 좋아서 데쳐먹으면 맛이 참 좋다. 음나무는 어릴 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촘촘하게 굵은 가시를 둘러싸서 자라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나무의 굵기가 어느 정도 굵어지면 가시가 차츰 없어지며 일반 나무와 같아진다.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그 순리를 보면 인간과 비슷해 보인다. 마음이 여리고 약할수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거칠게 밀어내는 것이 사람이다.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내면을 다지고 나면 여유 있어지고 사람을 품을 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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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리음나무군은 신방리에 있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책할만한 저수지로 동판저수지가 있다. 동판저수지는 다호리, 신방리, 무점리, 월잠리 등에 둘러 싸여 있는데 이 부근에 농업용수 등을 제공한다. 창원 동읍은 낙동강변에 자리하고 있어 주요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는데 문화재로는 신방리 음나무군(천연기념물 제164호)과 다호리 고분군(사적 제327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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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동읍은 무언가 풍요로우면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색감이 펼쳐지는 곳이다. 과일이 만들기 위해 나무의 줄기에는 옅은 녹색의 잎을 머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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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저수지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목에서 조금 특이해 보이는 나무가 있어서 멈춰 서서 살펴보았다. 음나무가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보았다. 사람들 등살에 우리 산의 음나무는 두릅나무와 함께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할 기로에 서 있기에 이렇게 크게 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전국에서 음나무를 비롯하여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보호받는 곳이 50여 군데나 되는데 ‘벽사(辟邪) 나무’로 인식된 경남 창원시 음나무는 영험한 기운이 스며들어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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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엄(嚴)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엄나무가 모양새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커서는 모든 생물을 지켜줄 것 같다. 음나무는 물갈퀴가 달린 오리발처럼 생긴 커다란 잎이 특징이며 음나무는 엄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슬이 좋다는 말은 거문고와 비파가 서로 어울리는 모양처럼 잘 어울리는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과 사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의미가 있다. 슬(瑟)이란 악기는 앞판은 오동나무, 뒤판은 음나무나 밤나무로 만들어 25줄을 매어서 타는데 음나무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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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무 껍질은 해동피(海桐皮)라고 알려진 약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음나무를 대문 옆에 심어두거나 문설주나 대문 위에 가로로 걸쳐 두어 잡귀를 쫓아내고자 했다. 창원 신방리 음나무군은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주었기에 조상대부터 각별하게 관리하고 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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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서 보는 것과 안쪽으로 들어와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700년이 훌쩍 넘는 수령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5그루의 나무의 가지가 이곳저곳으로 뻗어 있고 마치 하나의 나무에서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창원 음나무군(

(昌原 新方里─群)의 높이는 18∼19m, 가슴높이 둘레는 가장 큰 것이 5.4m, 4그루는 크기가 비슷하고 3.2m라고 한다. 이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가 있다. 아주 먼 옛날 천상에 한 역사(役事)가 있었는데 어느 날 역사에서 돌을 들어 나르던 한 신이 그만 실수로 돌 몇 덩어리를 지상에 떨어뜨렸는데 그 돌이 이 마을 한가운데 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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