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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30. 2019

영험한 음나무

경남 창원 신방리 음나무군

봄이 되면 유난히 맛있는 새싹이 있다. 드룹나무에서 채취할 수 있는 드룹은 유난히 쌉쌀하고 감칠맛이 좋아서 데쳐먹으면 맛이 참 좋다. 음나무는 어릴 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촘촘하게 굵은 가시를 둘러싸서 자라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나무의 굵기가 어느 정도 굵어지면 가시가 차츰 없어지며 일반 나무와 같아진다.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그 순리를 보면 인간과 비슷해 보인다. 마음이 여리고 약할수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거칠게 밀어내는 것이 사람이다.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내면을 다지고 나면 여유 있어지고 사람을 품을 줄 알게 된다.

신방리음나무군은 신방리에 있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책할만한 저수지로 동판저수지가 있다. 동판저수지는 다호리, 신방리, 무점리, 월잠리 등에 둘러 싸여 있는데 이 부근에 농업용수 등을 제공한다. 창원 동읍은 낙동강변에 자리하고 있어 주요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는데 문화재로는 신방리 음나무군(천연기념물 제164호)과 다호리 고분군(사적 제327호) 등이 있다.

창원의 동읍은 무언가 풍요로우면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색감이 펼쳐지는 곳이다. 과일이 만들기 위해 나무의 줄기에는 옅은 녹색의 잎을 머금기 시작했다. 

동면저수지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목에서 조금 특이해 보이는 나무가 있어서 멈춰 서서 살펴보았다. 음나무가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보았다. 사람들 등살에 우리 산의 음나무는 두릅나무와 함께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할 기로에 서 있기에 이렇게 크게 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전국에서 음나무를 비롯하여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보호받는 곳이 50여 군데나 되는데 ‘벽사(辟邪) 나무’로 인식된 경남 창원시 음나무는 영험한 기운이 스며들어가 있어 보인다. 

가시가 엄(嚴)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엄나무가 모양새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커서는 모든 생물을 지켜줄 것 같다. 음나무는 물갈퀴가 달린 오리발처럼 생긴 커다란 잎이 특징이며 음나무는 엄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슬이 좋다는 말은 거문고와 비파가 서로 어울리는 모양처럼 잘 어울리는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과 사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의미가 있다. 슬(瑟)이란 악기는 앞판은 오동나무, 뒤판은 음나무나 밤나무로 만들어 25줄을 매어서 타는데 음나무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음나무 껍질은 해동피(海桐皮)라고 알려진 약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음나무를 대문 옆에 심어두거나 문설주나 대문 위에 가로로 걸쳐 두어 잡귀를 쫓아내고자 했다. 창원 신방리 음나무군은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주었기에 조상대부터 각별하게 관리하고 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겉에서 보는 것과 안쪽으로 들어와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700년이 훌쩍 넘는 수령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5그루의 나무의 가지가 이곳저곳으로 뻗어 있고 마치 하나의 나무에서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창원 음나무군( 

(昌原 新方里─群)의 높이는 18∼19m, 가슴높이 둘레는 가장 큰 것이 5.4m, 4그루는 크기가 비슷하고 3.2m라고 한다. 이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가 있다. 아주 먼 옛날 천상에 한 역사(役事)가 있었는데 어느 날 역사에서 돌을 들어 나르던 한 신이 그만 실수로 돌 몇 덩어리를 지상에 떨어뜨렸는데 그 돌이 이 마을 한가운데 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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