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음식과 정신에 좋은 공간
몸에 좋은 음식과 정신에 좋은 공간은 이어짐이 있다. 몸에 좋은 것으로 장어만 한 것이 있을까. 정신에 좋은 곳으로 공원만 한 곳도 없을 것이다. 장어로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지인과 찾아가서 먹고 우암 송시열을 모셨다는 우암사적공원을 둘러보았다.
일본과 한국의 공통 보양식으로 장어만 한 것도 드물다. 한여름이 되면 장어를 먹는 것이 일본의 일상이며 한국에서도 몸이 좀 허하다고 생각하면 장어를 먹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민물장어는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바닷장어에 비해 풍미가 좋아서 인기가 많다.
'민물장어'로 불리는 뱀장어는 장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생활한다. 민물장어는 구워서 먹는 것이 일반적으로 붕장어처럼 회로 먹지는 않는다. 뱀장어의 피에는'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소가 있는데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렵지만 열을 가하면 독성이 없어지는 특징이 있다.
장어를 먹었으니 동구 가양동에 있는 우암사적공원으로 발길을 해본다. 이곳은 조선 후기 대유학자인 우암 송시열(1607~1689) 선생이 학문을 닦던 곳으로 1991년부터 1997년까지 1만 6천여 평에 장판각, 유물관, 서원 등의 건물을 재현해둔 곳이다.
좀 전에는 몸을 위해 음식을 먹었다면 지금 이 시간은 정신을 위해 말을 들어보는 시간이다. 옛 성현의 말의 의미나 일반적인 진실이 들어 있는 말을 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완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곱씹어보아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서 몸에서 울림이 느껴질 때가 있다. 좋은 음식이 몸을 건강하게 한다면 좋은 글은 정신을 건강하게 만든다.
입구에서 들어와 좌측으로 들어오면 남간정사와 기국정이 자리하고 있다. 기국정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위의 연못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선비들이 머물면서 배움을 청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보통은 사람을 곁에 둘 때 배우는 기쁨을 아는 사람을 선택하는 편이다. 모름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필자에게 별로 의미가 없는 사람이군 하면서 아예 기억을 하지 않는다.
위쪽으로 들어오면 모든 괴로움을 참아야 한다는 뜻의 인함각(忍含閣), 모든 일을 명확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하라는 뜻을 담은 명숙각(明淑閣), 매사 심사숙고하여 결정하라는 뜻의 심결재(審決齋)뿐만이 아니라 정면에는 마음을 곧게 쓰라는 뜻의 강당인 이직당(以直堂)이 자리를 하고 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서원의 형태를 재현해 둔 것을 알 수 있다. 선현의 가르침을 굳게 지키라는 견뢰재(堅牢齋)가 있으며, 가장 높은 곳에 새로 옮겨 지은 남간사가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명정문을 나와 우측으로 돌아가면 연못과 덕포루(德布樓)가 있는데 모든 건물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쉽지 않은 것이지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좌지우지된다. 어떻게 생각할까 하며 남이 나를 속이리라 지레짐작하기도 하고 남이 나를 믿지 않으리라 억측하기도 한다. 논어에서는 대저 그의 옳고 바름을 먼저 깨닫는 것이 슬기로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전 동구의 한적한 곳까지 외국인이 찾아와서 건물마다 쓰여 있는 글을 읽어보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영문으로는 되어 있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현대사회는 각각의 분야에 전문성을 부여하고 그 분야만 알지만 실상 그 분야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 가지로 제대로 꿰뚫면 거기서부터 각각 상황에 맞춰 이해하고 말할 수 있다.
"군자는 모든 일을 자기 자신을 위하여 강구하고, 소인은 모든 일을 남의 이목을 위하여 강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