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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019 대전문학관 기획전시 중견작가전

프리즘을 통해 빛을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정도로 오래되었다. 그것이 중학교 때였는지 초등학교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빛으로 보이는 것이 여러 색으로 보이는 그 세계는 나름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보통 프리즘은 빛을 분석하고 빛을 방출·흡수하는 물질의 구조와 성분을 결정하는 데 이용하는 분광기에서 사용된다. 스펙트럼의 단파장(보라색)이 가장 많이 굴절하며 장파장(스펙트럼의 붉은색)이 가장 적게 굴절하기에 각기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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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빛이 그렇게 여러 가지 색으로 분리될 수 있듯이 문학도 자세히 보면 정말 다양한 색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은 자신이 읽기 편한 책들만 선택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색깔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문학을 프리즘에 투과하듯이 해서 나오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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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전은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견작가들의 작품과 작품세계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참여한 작가는 모두 열 세명으로 수 십 년 동안 창작활동을 이어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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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든 간에 글을 쓰다 보면 그 사람만의 색깔이 드러난다. 아니 묻어 나온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까. 어떤 작가는 간결미와 정제미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장황하게 풀어쓰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어떤 작가의 말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에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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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시인들의 작품이 많은 편이다. 시는 호흡이 짧은 편이어서 그래도 부담감이 덜한 것은 있다. 호흡이 긴 장편소설은 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만든다. 운동과 똑같다. 호흡을 짧게 하는 운동은 비교적 하기 쉽지만 호흡을 길게 해야 하는 운동은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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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글이란 물상의 사유에 옷을 입혀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 박순길

"시인은 시로 소설가는 소설로 본인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살아온 만큼 쓰는 것과 동시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 송영숙

"글쓰기의 길, 이 길은 곧 천명의 길이요, 소명의 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 이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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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영혼을 울릴 수 있고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하고 감동적이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모든 작가들의 소망이 아닐까. 때로는 인간적이고 때로는 치열하고 깊이 사색하는 것이다. 글을 보면 그 글을 쓴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다져져 있는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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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작가들과의 글로 만나는 시간이며 글로 쓰인 작품이라는 것이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잠시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이름 없는 것들에 이름 지어서 불러주기.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작가와 그들의 작품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다. '대전문학 프리즘-다양성의 세계'를 통해 열세 명의 작가가 개성 있게 전하는 문학의 빛을 만나기 바란다. 그리고 한 편의 작품과 그 속에 담긴 한 줄의 문장이 작품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다양한 빛으로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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