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리와 결혼하였다.
도서관을 생각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사람으로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히파티아(Ὑπατία)가 있다. 여성 지식인으로 명성을 누리기도 했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알렉산드리아 대학의 저명한 수학교수이자 대학의 책임자였는데 함께 수학 교과서를 수정하고 개정하는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녀가 가장 많은 지식을 얻었던 곳으로 최대의 양서가 보존이 되어있는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이었다.
논산의 열린 도서관이 개관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논산 열린 도서관은 말 그대로 열려 있는 곳이다. 논산 열린 도서관은 유아와 어린이들이 책과 친구가 되어 학습과 놀이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으며 종합자료실, 디지털 자료실, 학습실, 동아리방, 다목적실, 카페 등을 갖춰 개방형 복합 문화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으로 총면적 3328㎡, 지상 3층 규모로 만들어졌다.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고 도서관에서 자신의 길을 찾았던 히파티아는 어려운 수학 내용을 명쾌하게 설명했던 사람이다. 명쾌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어렵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냥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것을 설명하니 듣는 사람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층으로 들어오면 논산 열린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읽을 필요성이 있거나 의미가 있는 책들이 전시가 되어 있다. 이 책은 출간되기 전에 미리 받아서 읽어본 기억이 난다. 출간되기 전의 책은 같이 수련을 하는 지인에게 선물로 준 기억이 난다.
완공이 되기 전에 와본 적은 있지만 완공되고 나서는 처음 방문이다. 시설이 상당히 잘 갖추어져 있고 전체적으로 조용하게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잘 배치해두었다.
히파티아는 인생은 닫혀 있는 게 아니며 우선 가까이에 있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일들을 이해하기 위한 최선의 준비라고 말을 했다. 폭넓은 지식과 카리스마를 겸비하고 있었으며 아버지였던 테온은 단순히 지식만 전수받은 것이 아니라 사물을 관찰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분별력도 기르도록 이끌었다. 즉 옛사람이라고 해서 고지식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아이들과 같이 하는 공간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성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양한 디지털 시설을 갖추고 있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여유 있게 공간을 구성해두었다.
논산의 향토작가를 비롯하여 황산벌 청년문학상의 작품들도 따로 공간을 구성해서 만나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올해 출간된 따뜻한 책 팩트 풀니스다. 우리는 흔하게 팩트라는 말을 많이 한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에서 인간의 평균 정답률은 16%, 침팬지는 33%라는 놀라운 사실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탈진실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풀어낸 책이다.
TV만 틀어봐도 우리는 진실이 무엇인지 더 복잡하게 왜곡되는지 알 수 있다.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그것을 제작하는 방송사 혹은 사람의 의도가 담겨 있기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으며 그냥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책은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의 시각을 기르기 위해 빈곤, 교육, 환경, 에너지, 인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와 실제 세계의 간극을 좁히고 선입견을 깨는 통찰을 제시해주고 있다.
개인의 직관과 좁은 식견에 의존해 세상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한심하고 위험한 일인지 알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새로운 생각을 키워내는 것이 필요하다.
"로힝야족 할아버지를 인터뷰할 때였습니다. 허름한 숙소에서 쉬고 있던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라고 물었는데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내가 원하는 건 맛있는 음식도, 좋은 옷도, 깨끗한 집도 아니다. 나는 '정의'를 원한다." - 방글라데시 로힝야족 난민캠프
위층으로 올라오면 말 그대로 열린 공간이 나온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열린 생각만큼 폭넓어진다. 잠시 따뜻한 태양빛을 느껴보며 팩트 풀니스라는 책에서 언급된 이야기를 곱씹어본다.
수많은 지식을 겸비하는 것을 넘어서 사물에 대한 관찰력과 통찰력을 가졌던 히파티아는 폭넓은 학식으로 지식인들과 모임을 갖고 민중들의 입장을 앞장서서 대변하였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급급했던 정치인들은 히파티아를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하였고 서기 414년 어느 날 결국 그녀는 대학으로 강의하러 가던 중 광신적인 기독교 수도승들에게 살해된다.
"생각할 권리를 마음껏 누려라. 잘못 생각하는 것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낫다." - 히파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