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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0. 2019

유곽 비빔밥

통영 서호시장에서 만나는 통영의 맛 

여름이 되면 더 잘 먹어야 한다. 자연의 에너지는 넘치지만 몸은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특히 에어컨이 있는 공간과 뜨거운 여름의 온도를 계속해서 경험하면 몸이 균형을 잃게 된다. 멍게가 들어간 유곽 비빔밥은 여름철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이지만 잘하는 곳에서 먹어야 괜찮다. 잘 못하는 곳에 가면 비릿한 맛 때문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서호시장은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이곳에 서호만을 매립하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그래서 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서호시장은 새터 시장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해방 직후 일본에서 정부재산으로 귀속되면서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였던 곳에 일본에서 다시 귀향한 동포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다가 추후 가설점포를 만든 것이 서호시장의 시작이다. 

통영의 맛은 너무나 많다. 갈 때마다 지인에게 사다 주는 꿀빵도 있고 복국도 괜찮은 곳이다. 그리고 유곽 비빔밥도 유명한 곳이 통영이다. 통영 서호시장에는 유곽 비빔밥을 잘하는 음식점이 적지 않다. 

통영의 '통영-남행 시초'는 쓴 백석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통영을 찾아왔지만 그녀를 만나지 못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이기도 하다. , 통영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낸다. 통영을 소개하던 화자는 살며시 ‘난’이라는 여인에게로 시상을 전환한다. ‘난’이 사는 명정골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곳 샘터에서 물 긷는 처녀들 중에 ‘난’이 있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주차를 조금 먼 곳에 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역의 시장탐방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질 좋은 멸치가 있는 것을 깜빡했다. 통영이나 사천에 가면 질 좋은 멸치가 있다. 물론 가격대가 있기는 하지만 한 번 먹어보면 다른 멸치를 먹기가 쉽지가 않다. 

서호시장의 한켠에는 고객지원센터가 있는데 그곳에는 통영의 전통을 담은 민들레 누비가 있다. 섬세한 손기술로 바느질 땀수를 촘촘하게 누빔으로써 늘 새것처럼 윤기가 나며 누비의 한 줄 한 줄에는 통영의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묻어있다. 

통영누비가 명성을 얻고 있는 이유는 이순신 장군이 통영의 지형을 이용하여 임진왜란을 방어했고, 전쟁 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삼도수군통제영을 통영으로 이전함에 따라 누비는 방법을 이용하여 수군들의 군복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최초의 불경언해서 월인석보(月印釋譜)에 ‘납’ 자를 훈민정음 ‘누비’로 표기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배를 채울 시간이다. 멍게 젓갈을 살짝 얼려 네모꼴로 썬 조각과 김 가루가 담긴 비빔밥 그릇에 담아 밥 한 그릇과 약간의 밑반찬이 전부지만  비릿하면서도 짭조름한 온갖 바다의 향기가 입 속을 채울 수 있다. 

경남 통영에서는 멍게 유곽 비빔밥을 맛보는 것이 좋다. 푸른 바다와 붉은 고추장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맛의 세계가 아슬아슬하게 다가온다. 

통영에 또 왔다. 바다를 채워 만든 서호시장에는 이제 사람들이 살면서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통영만의 맛을 내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통영을 사랑했던 백석과 통영누비의 한 줄 한 줄에는 통영의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 통영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인들의 정성이 묻어있는 것처럼 입맛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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