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풍광과 익어가는 과일
그 대상이 사람이 되었던 과일이 되었든 간에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풍족해지고 충만해지는 것을 왜일까. 남이 잘되는 것을 보면 배가 아프다는 사람이 유독 많은 한국이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궤도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응원해주고 싶다. 사람들이 모이면 그런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도 한다. 필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대화를 채우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하는 화자나 상대방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이 좋다. 아니면 서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부족한 시간이다.
문경읍에서 석화산을 끼고 돌아가는 길은 사색하기에도 좋고 천변을 걸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신북천 나들이를 해보았다.
신북천 옆으로는 문경의 자연을 벗 삼아 걸어볼 수 있는 데크길이 잘 조성되어 있고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한 번 걸어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질만한 곳이다.
신북천의 유로연장 178km이며 유역면적은 103.22㎢에 이른다. 낙동강 수계로 지방 2급 하천이며 문경시 읍의 대미산에서 발원하는 하천인 신북천은 기점 경계는 갈평리에서 시작하여 문경읍에서 조령천과 합류한다. 낙동강의 제3지류로 제1지류인 영강에 연결되는 조령천과 이어진다.
비가 오건 안오 건 간에 꾸준히 걷는 것은 건강해지는데 도움이 된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해발고도 912미터의 황학산이며 옆에 있는 산은 해발고도 1,063미터의 백화산이다. 옆으로 살짝 바라보면 석화산 뒤로 성주산이 눈에 뜨인다.
크고 작은 시선의 변화가 발길을 이끌고 있다. 저 건너편에는 봉명산이 자리하고 있다.
신북천을 걷는 길 옆으로는 문경에서 제일 유명한 사과가 익어가고 있다. 아오리 사과가 나오고 나서 홍로가 나오기 시작한다. 유난히 붉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이제 9월이 지나고 나면 문경의 지역적인 특성이 사과를 맛있게 만들어낼 것이다. 특히 감홍이라는 품종이라는 사과 중에 왕이라고 부를 정도로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빨갛게 빛나는 양광이 더 이쁘게 보이지만 색은 살짝 둔탁해 보이지만 감홍의 맛이 더 좋다.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 가을이 성큼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신북천 옆으로 이어지는 데크길은 요성리 중간 부분에서 그냥 갓길로 변한다. 오가는 차량은 많지 않지만 갓길로 조심해서 걷는 것이 좋다.
오다 보니 신북천을 가로질러서 건널 수 있는 고요교라는 다리가 나온다. 왜 고요교일까.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다리라서 그런 것인지 문경의 풍광을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리 중간에서 보는 단산, 성주봉, 운달산의 산세가 멋지다.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는 한국의 명소는 많지 않다. 마음먹고 적당하게 포장해서 스위스 모습이라고 해도 속지 않을까. 그런데 이미 문경의 신북천을 걷다가 갑자기 스위스가 나올 리가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을 쓴 마르셀 프루스트는 발견의 진정한 마법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 나서는 데 있지 않다고 했지만 아직 있는 것에서 관찰하는 힘을 온전히 기르지 못한 탓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나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