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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9. 2019

현지우현 (玄之又玄)

2019 대전 방문의 해 기념 특별전

이제 대전도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척박한 예술의 기반 아래 전시전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었지만 지금은 구석구석에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우연하게 찾은 대전 복합터미널의 1층에도 DTC갤러리가 있는데 이곳은 전시공간으로 활용이 되고 있었다. 임대소득을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공간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전 복합터미널을 올 일이 많지 않았는데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하지 않아 이곳까지 발길을 했다가 뜻밖의 전시전을 볼 수 있었다. 인생이란 참 단순한 거 같으면서도 오묘하고 오묘하며 모든 일이 이유 없이 생기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의외의 긍정적인 길로 나아가게 된다. 

2019 대전 방문의 해 기념 특별전의 전시전은 현지우현이다. 말 그대로 현묘하여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한 깊고 또 깊음이며 도(道)의 광대무변(廣大無邊)함을 찬탄한 말이기도 하다. 

창문 너머로 작품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술이란 어떻게 보면 인간세상의 돌아가는 모습의 큰 법이라고 한다. 예술가들은 산천의 모습과 기운의 조화로운 피어남을 표현하려고 하다. 로고스와 카오스는 그 지향점이 다르다. 로고스는 고고하게 올라가려고 하고 카오스는 더욱더 깊숙하게 내려가려고 한다. 

인생을 보면 때로는 높이높이 우뚝 서려고 하면서도 때로는 깊이깊이 바다 밑에 잠기려고 한다.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여정이며 예술작품을 통해 투영할 수 있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다섯 명의 작가가 서양화, 한국화, 나전칠기, 도예, 한국화가 모두 담겨 있다. 향토적 서정을 단박미로 표현한 김배히의 서양화와 현대 문인화를 그려내는 김송열의 한국화, 검이불루 화이불치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 나전칠기의 오왕택, 현대도예의 길을 개척했다는 이종수, 삼각산 수풍을 담은 정황해의 한국화가 있다. 

흑백으로만 그려낸 그림은 단순해서 감상하기가 편하다. 대부분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서양의 관점에 보아왔다. 그렇지만 한국 고유의 문화는 동양적인 관점이다. 불가와 유가, 도가의 다양한 사상들이 융합되어 작품을 만들어 왔다. 서양화가 접목된 것의 예술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통영이나 논산 등 옻칠로 유명한 곳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나전칠기나 옻칠로 만든 작품들이 익숙하다. 

대전 복합터미널을 오가는 사람들에게도 대전이라는 도시에 대한 다양한 색채와 느낌을 줄 수 있는 전시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작품을 통해 현지우현한 우리의 세계가 표현될 수 있다고 본 것처럼 조금은 편하게 때로는 깊이 있는 생각을 하면서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인지하고 살기도 하고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기도 한다. 철학적 배경에서의 “현지우현”은 선진시대부터 우리의 삶의 인식, 세계 인식, 예술 의식의 저변에 깊게 내재돼 현재에까지 전유된 우리의 예술 철학 또는 예술적 사유를 대표한다는 의미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인생 그 자체가 현지우현하다는 것을 때론 느낄 때가 있다. 


2019 대전방문의 해 기념특별전 <한국의 미 : 현지우현>

전시기간 : 2019년 8월 8일(목) ~ 2019년 9월 22일(일)

전시장소 : 대전복합터미널 dtc갤러리 d1

참여작가 : 김배히, 김송열, 오왕택, (고)이종수, 정황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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