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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1. 2019

경지에 이르는 길

충남의 석학을 배출했던 종학당

르네상스 시대의 지혜와 영감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다비드상은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다비드상은 우리에게 영감과 경고를 동시에 주며 인간이라면 용감하게 서 있으면서 피할 수도 없고 이겨야만 하는 대립에 맞설 준비를 하라고 메시지를 던진다.  당시 폭발하는 천재성과 동시에 위험성 사이에 대립이 있었다. 그런 걸작을 남긴 미켈란젤로는 이런 말을 남긴다.


"내가 지금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를 안다면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어도 옛 선비들은 학문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단기간에 그 수준에까지 이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상의 지위나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는 것이 타당해 보일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하고 난 후에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 노력에 비하면 대단한 것도 아닌 것이다.  

논산의 종학당은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정말 멋진 곳이다. 안에 자리한 건물부터 시작해서 정원의 조성이 되어 있는 그 배치까지 옛 성현의 말씀이 그냥 귀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마치 그림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앞에 석축이 있고 그 앞에 작은 연지와 위풍당당하게 세워져 있는 건물의 모습이 한국이 가진 저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이곳은 1625년 인평대군의 사부였던 윤순거가 사저에다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세운 사설 교육기관이었지만 지역의 과거 준비생 및 석학들의 학문 연구와 교류의 중심 역할도 했었다.  

이토록 멋들어진 옛 교육기관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학사의 초대 사장은 바로 소윤의 중심인물이었던 명재 윤증이었다. 윤증은 교육과정 및 학규인 초학 획일 지도와 후에 위학 지방도를 제정하여 운영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교육기관으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건물이 잘 관리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오랜 시간 지역의 교육기관으로 운영되다가 1910년 한일합방이 되고 나서 상급과정이 폐쇄되고 삼일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는 모든 교육과정이 폐문되었다. 일제에게 그런 권한까지 누가 부여를 한 것인가.  묻고 싶다.  

천재성이 반영하는 현상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특정한 사회적 조건과 지적 조건이 갖춰질 때 비로소 천재성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정신적인 소양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았다고 볼 수 있다.  

아무도 없는 이 시간과 이 공간에 홀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이다. 개별성은 모든 천재애게서 나타나는 중요한 요소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고유한 능력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집단적 천재성은 사회가 그 다양한 단편적인 능력을 육성하고 연결할 때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선조가 남긴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그 유산의 활용에 대한 가능성을 뚝 끊어버리는 바람에 단절된 채 서양의 지식만을 최고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종학당, 백록당, 정수로, 보인당 등 일원을 총칭하여 종학원이라고 명명된 이곳에서 창건 후 280여 년에 걸쳐 42명의 문과 급제자와 31명의 무과 급제자를 배출하였다. 

충청남도에도 수많은 서원이 있고 서천에도 큰 규모의 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종학당의 이 느낌을 주는 곳은 많지가 않다. 집단적 천재성의 3가지 조건은 첫 번째 아이디어의 이동 속도와 다양성과 양에서 일어나며 두 번째로 교육 기회의 확대와 영양 개선으로 늘어난 인재 집단, 마지막으로 위험을 감수할 때 돌아오는 개인적. 사회적 인센티브라고 한다.  

원래 한민족은 질문과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토론을 하면서 굳어진 이해나 새로이 깨달은 방향으로 전수를 해왔다.  종학당과 같은 공간에서 수많은 석학들의 대화가 있었다.  어떤 분야나 한계를 이해하는 두뇌가 많아질수록 그 한계를 초월한 누군가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경지에 오른 특별한 사람들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대단해 보일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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