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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1. 2019

패러다임의 전환

호젓한 여행지 보령 청소역

패러다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상당히 중요하다. 모든 패러다임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에는 그 한계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출발하였지만 변화가 있으면 그것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행 패러다임의 모티브는 무엇일까. 특별한 기억 혹은 인증숏일까. 국내의 여행지를 찾아가서 찍었지만 마치 외국에서 찍은 듯한 느낌이라던가 소박한 곳이지만 색다른 것을 원하고 있다.  


보령의 청소역은 벌써 가을이 훌쩍 다가온 느낌이었다.  청소역은 장항선에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역사로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건축적·철도역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어 등록문화제 제305호로 지정된 곳이었다. 지금 청소역의 옆에는 오랜 느낌과 함께 현대적인 색채를 더해서 조금은 다르게 바뀌어 있었다.  

청소역의 청소(靑所)는 청소면의 청소라는 지역명을 그대로 사용하여 붙인 것이다.  조선 말기에 행정구역 개혁(行政區域改革)에 따라 장척면(長尺面)의 송암리(松岩里)의 19개(個)리(里)와 오천면 천동면 일부(鰲川面 川東面 一部), 청수면전역(靑水面全域)을 합하여 청소면(靑所面)이라 명명하였다.  

화려하게 녹색과 노란색으로 채색된 기차 앞으로 옛날의 교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앉아 있다.  충청도(忠淸道)의 척추인 차령산맥(車嶺山脈)이 줄기차게 뻗어내려 내포(內浦) 땅을 지나 보령 현감(保寧縣監)과 충청수영(忠淸水營)을 왕래하는 관문(關門) 역할을 하는 곳을 철도로 이어주고 있었다.  

교복을 의무적으로 입었던 때도 있었고 자율적으로 입고 학교를 다닐 때가 있었다.  1910년에서 1945년까지의 시기로 교복의 형태가 한복에서 양복으로 전환되었는데 오늘날의 복식은 그때부터 발달해왔다.  남학생 교복의 시초는 1898년 배재학당에서 착용된 당복(堂服)이었고 한국 최초의 여학생 교복은 1886년 이화학당에서 제정된 다홍색의 무명치마저고리였다. 옷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기하게도 교복 입을 때는 그 옷에 상당히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난다.  

청소역에도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무대가 되었던 시르케지 기차역처럼 스토리텔링이 되면 더 재미있을 듯하다.  지금도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 기반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 에르큘 포와르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고 믿어왔기에 질서와 체계, 지식에 의존했죠.  이번 사건으로 정의의 저울이 기울어질 때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생애 처음으로 불균형을 감당하는 법을 배워야겠죠." 

기찻길로 이어진 곳에는 기차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청소역만의 패러다임이 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차를 콘셉트로 한 공원이기에 기찻길이 공원을 둘러싸고 있다.  

청소역의 이 거리는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광주에서 찍었을 것 같은 장면이지만 이곳에서 송강호와 그가 태운 외국인과의 대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영화는 때로 지역만이 가지는 느낌을 그대로 받게 만든다.  잠시 청소역 앞에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사회적 메시지와 묵직한 그 감동의 대사를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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