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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30. 2019

하루의 행복

서산 해미면의 일락사 (日樂寺)

개개인의 내일도 확신하지 못하는데 한 달, 1년 뒤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알 수 있을까.  가끔 친구들과 통화할 때면 물어본다. 요즘 즐겁냐고 말이다.  불행하게도 대부분 그냥 살뿐 즐거울 일이 하나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다들 30대 중반이 지나서 40대가 되면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고들 말한다. 글쎄 그만큼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서산에 오래된 고찰 중 한 곳으로 일락사라는 사찰이 있다. 날나마 즐거워진다는 의미의 이름으로 명명되어 있다. 원래 이 사찰은 일악사(日岳寺)라 불렸지만 추후에 일락사로 바뀌어 불려지고 있다. 

이 길은 원효대사가 걸으면 깨달음을 얼었다는 길이라고 한다. 인생의 즐거움은 하나에 있지 않을 텐데 사람들은 하나에만 국한되어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니 그 즐거움이 자꾸 충족되지 않으니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적광전을 비롯하여 명부전·요사채 등이 남아 있는데 일락사의 중심은 대웅전이 아닌 대적광전이다.  원래는 대웅전이 있었으나 1993년에 해체 이건 되어 현재는 명부전으로 사용하고 있고, 옛 자리에 지금의 대적광전이 들어섰다고 한다. 

사람을 오래간만에 보는지 아니면 새로운 얼굴을 보아서 그런지 몰라도 무척이나 반갑게 맞아주는 일락사의 강아지다. 오래 사는 것 역시 즐거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동물 중에서 그린란드상어(Greenland Shark)의 평균수명은 무려 270년이 넘는다. 간혹 그중에서도 400년, 심지어 500년을 넘게 살기도 한다. 그 수명으로 인간이 살았다면 논산의 사계 김장생이 지금까지 살아서 그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을 정도다.  

사찰에서 사용하였을 주춧돌이 경내에 있다. 문양은 오래된 풍파로 인해 그 형태를 짐작하기 힘들지만 사찰에서 사용한 문양과 유사해 보인다.  


대적광전 앞에는 일락사 3층 석탑이 남아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삼층석탑으로 부분적으로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이 남아 있다.  3층 석탑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위를 보면 이 석탑과 어우러진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생긴 모양의 석재만 올려져 있다.  

신라시대의 인물 원효대사가 이 길을 걸어간 것은 당나라로 가기에 가장 가까운 바다인 서산, 당진으로 가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661년(문무왕 1) 의상과 함께 이번에는 바닷길로 당나라에 가기 위해 당항성(黨項城)으로 가는 도중 비 오는 밤길인지라 어느 토굴(土龕)에서 자게 되었는데 이때 해골에 담긴 물을 먹은 것이다. 다행히 오래되지 않아서 오염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원효대사의 깨달음을 보면 결국 어느 그릇에 담기더라도 그 형태와 본질이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마음이 일어나므로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니 땅막과 무덤이 둘이 아님을 알았다(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龕墳不二)"

불과 보름만 지나면 녹색의 상왕산은 울긋불긋한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 지구만이 가장 아름다운 변화를 보여준다. 태양계의 행성은 크게 네 종류로 구분이 된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바위형 행성이고 그다음에 소행성 벨트를 지나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기체로 이루어진 기체형 행성이고 그 바깥에 혜성 벨트에 해당하는 카이퍼 벨트가 자리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나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나 하루의 즐거움은 생각하기 나름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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