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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2. 2019

자신의 내면

음성 운곡 서원의 가을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어릴 때의 상처가 가장 오래도록 지속되고 영구적인 상처를 남기게 된다. 그리고 백혈구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세균과 싸우듯이 정신적인 압박과 싸우기 위해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낸다. 보통 다른 나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이고 날카로운 경우가 많다. 다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내면으로 들어오는 상대를 밀어내고 원치 않지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지속적인 심성 수양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음성의 정구를 모신 운곡 서원에는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정구로 말하자면 이황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사람으로 경전 가운데 특히 심경(心經)을 중시하였던 사람이다. 심경은 송나라 학자 진덕수가 경전과 도학자들의 저술에서 심성 수양에 관한 격언을 모아 1234년에 편찬한 수양서다. 

사람이란 본시 죽어있는 시간보다 살아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하는 존재다. 삶에 고달픈 자신을 자주 보살펴야 하는 까다롭고 힘에 겨운 일을 자주 반복해서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참 고독하고 아픈 존재임과 동시에 자신을 지켜내려는 따뜻한 존재이기도 하다. 

운곡 서원 주변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단감이 시간이 지나서 잘 익어 있었다. 감나무 잎이 몸에 좋다고 하는데 차로 만들어서 마시면 좋다.  

학문은 성리학과 예학뿐만 아니라 제자백가·역사·산수(算數)·병진(兵陳)·의약(醫藥)·복서(卜筮)·풍수지리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박학하였던 정구는 1608년(광해군 즉위년) 임해군(臨海君)의 역모사건이 있자 관련자를 모두 용서하라는 소를 올리고 대사헌직을 그만두고 귀향한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정구처럼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정구가 따랐던 유학자 이황은 “나는 '심경'을 얻은 뒤로 비로소 심학의 근원과 심법(心法)의 정밀하고 미묘함을 알았다. 그러므로 나는 평생에 이 책을 믿기를 신명(神明)과 같이 알았고, 이 책을 공경하기를 엄한 아버지같이 한다”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심(心)을 한 몸의 주재라 하고, 경(敬)을 한 마음의 주재라 하여, 두 개의 중심 개념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아 몸과 정신이 하나가 됨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김굉필(金宏弼)의 외증손으로 충좌위(忠佐衛) 부사맹(副司孟) 정사중(鄭思中)이며, 어머니는 성주이씨(星州李氏)로 이환(李煥)의 딸에게서 태어난 정구는 5세에 이미 신동으로 불렸으며 10세에 대학과 논어의 대의를 이해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늘, 순간의 감정에 흔들리고 약해지기도 한다. 그건 몸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며 컨트롤이 가능하게끔 하는 수양을 덜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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