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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4. 2019

야(夜) 한밤의 국화

유성 국화전시회 2019

하루를 길게 살고 싶다면 방법은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늦게 자는 방법이다.  늦게 자는 것도 좋지만 보통 밤에 돌아다니면 돈을 쓰게 된다. 밤에 불을 밝힌 곳들은 대부분 돈을 쓰도록 만든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밤에 불을 밝히면서도 감성까지 더해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반갑지 않을까. 대전의 유성의 유림공원 일대에서는 '꽃에 물들고, 빛에 반하고, 온천을 느끼다'는 주제로 열리는데 다양한 국화와 밤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초롱불로 불을 밝히며 살던 시절에서 빛의 시대로 넘어왔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시간과 관계없이 밝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던 그 충격은 아마 컸을 것이다.  백열전구가 발명되기 전에는 실내에서는 초나 석유를, 거리에서는 가스등이나 아크등을 사용했었다. 

인간의 눈은 아름다움을 볼 수는 있지만 모든 색의 편차를 구분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인간이 발명한 것들을 보면 확연하게 색의 구분을 알 수 있다. 1879년 10월 토머스 에디슨과 그의 연구진들은 백금 필라멘트가 든 진공 전구를 사용해서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으나 백금의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탄소 필라멘트를 백금 대신 사용하여 대중화의 시대를 열게 된다.  

일반 화훼 가운데 가장 진화한 것은 국과로 국과 식물 중에 국화가 가장 발달하였다. 재배하여 감상하는 것만 해도 무려 2,000여 종에 달하고 있다. 한국에 자리 잡은 국화의 품종 중에 좋은 것은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에서 돌아올 때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국화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다양한 모양으로 조형물을 조성할 수 있기에 인기가 많다.  일본의 기록을 살펴보면 니토쿠 천황 83년 백제로부터 파랑, 노랑, 빨강, 하양, 검정의 다섯 가지 국화를 일본으로 처음 가져왔는데 지금은 일본이 가장 세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백제는 예술과 문화로만 본다면 삼국시대에서 정점에 있었던 국가임은 분명해 보인다.  

국화는 반그늘지고 서늘하며 물이 잘 빠지는 흙에서 잘 자라는데 꽃의 크기에 따라서는 꽃의 지름이 18㎝가 넘는 대국(大菊), 지름이 9~18㎝ 정도인 중국(中菊), 지름이 9㎝가 채 안되는 소국(小菊)으로 나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을 탐미하고 좋은 것을 선호하는 인간과 다른 존재를 보통 괴물이라고 한다. 영어의 몬스터(Monster)는 불어 'montrer'는 모두 라틴어 어원 'Monstrare'에서 유래했다. Monstrare는 보이다와 경고하다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이는 것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축복이지만 그 자체로만 볼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가을국화가 유성 국화전시회의 주인공인 줄 알았더니 구석구석에 가을 단풍과 가을 코스모스가 조연으로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름에는 잎을 먹으며 가을에는 꽃을 먹고, 겨울에는 그 뿌리를 먹을 수 있는 국화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국화는 늦은 서리를 견딘다 하여 은일화, 영초, 옹초, 은군자, 견대견초로 정절과 은일의 꽃으로 알려져 있다. 

군자는 오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째. 밝고 둥근 꽃송이가 높이 달려 있어 천덕

둘째. 땅을 닮은 노란색의 지덕.

셋째. 일찍 심었는데도 늦게 피는 군자의 덕.

넷째. 서리를 이기고 꽃을 피우는 지조의 덕.

다섯째. 술잔에 꽃잎을 띄워 마시는 풍류의 덕.


이 중에서 다섯 번째의 덕이 가장 마음에 든다.  국화차도 좋지만 국화주의 매력도 상당히 좋다.  

밤에도 밝힐 수 있는 고고한 빛처럼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군자는 남녀나 노소의 구분이 없다. 관조할 수 있는 여백을 가지면서 자기의 본성을 삶의 길에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을 군자라고 한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국화도 매력이 있지만 음력 9월 9일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되는 구절초는 야생의 국화로서 자연의 매력을 마음껏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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