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선율

가을과 어울리는 안동 만휴정

한국은 한국대로 미국대로 명절이 다르고 즐기는 순간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아름다운 선율은 누구나 좋아한다는 점이다. 10월 31일은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도 북적거리는 광경을 볼 수 있는 핼러윈데이였다. 미국은 핼러윈데이를 시작으로 11월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지나 12월 크리스마스까지 1년에 가장 북적거리는 시즌이면서 가장 많은 매출이 일어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북적 거림 속에 고요함을 추구한다. 둘이 상충하는 것 같지만 음악의 파격적인 선율을 생각하면 쉽다. 즐거운 선율, 즐거운 여행지, 즐거운 사람의 공통점은 Becky G의 Shower의 한 구절과 비슷한 듯 하다.


Whenever your around

I always seem to smile

And people ask me how

Well your the reason why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언제나 미소를 짓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바로 당신이 그 이유다.

전에는 하나의 드라마 때문에 이곳까지 걸어서 올라왔다면 이번에는 가을의 정취와 선율을 만나기 위해 걸어서 올라왔다. 핼러윈데이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한국이라도 여전히 정적인 매력은 한국에 있다. 만휴정은 드라마가 아니었더라도 훨씬 매력이 있는 공간이며 역사적인 강학의 공간이다. 사회적 교육의 지혜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만휴정이 자리한 안동은 이황 내지 그의 문인들로서 그만큼 수준 높은 교육이 진행되었음을 짐작케 할만한 곳이다. 16세기 중반 이후에 서당과 정사 등의 건립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안동지역의 사족들은 자연이 물들어 있는 공간과 산사를 중심으로 독서와 강학을 진행하였다.

처음 와서 그런지 아니면 다시 와서도 사진을 찍고 싶었는지 몰라도 분위기보다 인증숏을 찍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조용한 위쪽으로 올라와서 앉아 보았다. 필자가 이곳까지 와서 앉아 있으니 사진을 찍고 나서 다시 위쪽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눈에 뜨인다. 다시 밑으로 내려가야겠다.

주말에 만휴정을 오면 사람이 안 보이는 사진을 찍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끊임없이 오가는 곳이기에 평온해 보이는 만휴정의 사진을 찍기가 쉽지가 않다.

안동지역은 다른 곳보다 사족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이었다. 안동과 예안 지역에서는 이 지역에서 살던 양반이 향교를 대신해 그들만의 교육기관과 정자를 많이 지어놓고 자신의 후손을 교육시켰다. 기숙형 서당에서 도학형 서당으로 나아간 것이 안동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직 바람이 차지 않아서 물이 내려오는 바위에 앉아서 한낮의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김계행의 흔적을 찾아서 바위로 내려가 본다. 경종과 조선시대 연산군 때 지은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이 지은 만휴정 현판에 "오가무보물(吾家無寶物), 보물유청백(寶物惟靑白)"이 남아 있다.

당시에 새겨놓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글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오가부모물(吾家無寶物)이라는 이 한자의 의미는 우리집에 보물이 없다는 의미다. 원래 모든 보물은 몸에 지니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 보물을 찾지 못하니 외부에서 찾는 것이고 탐욕이 심해지는 것이다. 가을의 선율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행복하다면 이미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안동사과도 맛이 괜찮다고 한다. 만휴정에서 내려오면 안동에서 재배된 사과도 구입해서 갈 수 있다. 서양에서는 선율을 화성의 표면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선율은 윤곽을 가지며 음역대를 갖게 된다. 가을의 만휴정의 물소리만큼이나 리드미컬하게 전체적인 모습을 그리면서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 도리라는 오가부모물의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선율만 있어도 행복한 순간은 조금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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