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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2. 2019

삼도 젖줄의 맛

섬진강변 화개장터의 올갱이국

영동, 음성, 옥천, 대전 등 올갱이가 맛있다는 음식점에서 모두 올갱이국을 먹어본 적이 있지만 아욱이나 시금치등을 넣고 보통은 된장등으로 풀어내어 고춧가루나 다진 양념이 들어가는 형태의 음식이 일반적이다. 물론 경상도 청도 같은 곳에 가면 특이하게 끌어 내는 고디탕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맞지 않은 느낌이다. 올갱이가 들어가 있긴 한데 올갱이 맛보다는 그냥 다른 메뉴의 맛이 강해서 그런지 쌉싸름한 올갱이국의 장점보다는 이 지역의 특색 있는 국이 고디탕이다. 

하동의 아침 풍광이 아무리 좋아도 걷다 보면 배가 고프기 마련이다. 하동의 올갱이국 혹은 탕은 경상도와 충청도의 중간쯤 되는 그런 음식을 만들어낸다. 특히 재첩이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재첩과 올갱이가 서로 자신의 위치를 바꾼 정도의 느낌이랄까.  순창, 곡성군, 구례군을 남동쪽으로 흐르며 하동군 금성면과 광양시 진월면 경계에서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섬진강은 하동을 대표하는 젖줄이기도 하다.  

논산의 탑정호나 강경 등에서 참게탕은 여러 번 먹어본 적이 있지만 아직 하동의 참게탕은 먹어보지 못했다. 지인과 다시 이곳을 올 때 하동의 참게탕을 먹어볼 생각이다. 

섬진강변에서 자라는 다양한 물고기로 만든 매운탕도 유명한 곳이 바로 화개장터다.  섬진강변은 남도의 3도에 걸쳐 있고 역사적으로는 고대 가야문화와 백제문화의 충돌 지대, 신라와 백제의 경계여서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과 김춘추와의 수많은 갈등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꽃이 만개하면 더 아름답지만 가을에도 아름다운 화개장터의 고요한 풍경이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곳은 임진왜란과 정유왜란 때는 왜군의 침입 경로여서 수많은 백성이 희생되었으며  조선시대 말기에는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약간은 가격대가 있기는 하지만 음식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매실장아찌를 비롯하여 찬들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입맛에 잘 맞는다. 한 그릇의 국밥을 먹기에는 딱 좋은 비주얼이다. 

겉모습만 본다면 올갱이국인지 모를 정도다. 혹시 올갱이가 들어가 있기는 한가 생각하면서 숟가락으로 뒤져보니 올갱이가 보인다.  흔히 우렁이와 착각하여, 동의보감의 "전라"(田螺)를 다슬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다슬기의 옛말은 '배틀 조개'로, 경남에서는 민물 고동, 경북에서는 고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도슬비 등등으로 불리고 있다.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다시 섬진강변의 경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벌써 11월이 시작이 되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올해도 1/6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 초 많은 사람들이 신년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물론 그 계획을 제대로 지킨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가 아직 모두 간 것이 아니니 아직도 시도를 해볼 만하다.  어디선가 시작된 물 한 방울이 작은 물줄기를 만나 샘을 이루고, 샘물이 넘쳐 만들어진 도랑은 민물 생물을 키우고 논과 밭을 적시고 흐르다가, 골짜기에서 흘러온 물길과 합쳐져서 강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섬진강에는 올갱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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