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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6. 2019

따스한 문경

지극히 가을 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문경

계절의 기운에 따라 사람의 감정과 마음 역시 달라진다. 마음이 혼란한 사람의 글은 인위적으로 화려하게 꾸미면서 경박한 기운을 띤다고 한다. 마음이 평온한 사람의 글은 순수하고 맑고 천연의 질박한 아름다움을 그려낸다고 한다.  오늘의 문경은 그렇게 따스했었다.  어떤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성실하고 신중하며 다정하고 정성스럽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문경새재라는 곳도 사람이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는 이상 정신 맑아지면서 신중하면서 단정하고 정성스럽게 느껴지는 여행지다. 아래부터 위쪽까지 걸어서 올라갔다오면 왕복 5km 정도 거리를 걸을 수 있다. 자~ 이제 문경새재를 걸어보는 시간이다.  오늘은 무척이나 따뜻해서 그런지 몰라도 외투를 입으면 덥다고 느껴질 정도다.  

매번 돌다리를 건널 때 두드려 보고 건너는데 이날 문경새재로 건너가기 위해 본 돌다리는 무척이나 튼튼해 보여서 그럴 필요는 없었다.  돌아래 맑은 물사이로 흘러다니는 물고기들의 자유스러움이 좋아 보인다. 

자연의 본성은 다양성과 차이를 소중하게 여긴다고 한다. 사람들은 좋은 일만 기다리지만 오히려 아무 일이 없을 때에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이보다 좋지 않은 것이 올 때 전에가 즐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경새재의 세트장은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에 영사기를 돌리고 있는 황금색의 조형물이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한 번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다시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온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이 조금 넘는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부담이 없다.  문경새재 선비길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가장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일상 속에 있었다.  빨갛게 익어가는 단풍과 문경에서 유명한 찻사발에 차를 담기 위해 물 끓는 소리에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 보면 투쟁하는 일들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길들여 지배하려고 하는 세상 모든 것에 저항하는 삶이다. 관습이든 이익이든, 출세 든 간에 결국 그걸 어떻게 자기화하는 것이 삶의 연속성이다. 

문경새재의 성벽으로 이어지는 단풍이 더욱 밝다. 세상의 즐거움을 혼자서 누리는 것을 독락이라고 하고 세상의 즐거움을 지인과 함께 누리는 것을 중락이라고 한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고 싶은 것을 하더라도 중락의 뜻을 잊지 않는다면 세상과 어울릴 줄 아는 것이다. 


지극히 가을 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문경의 오늘은 걷기에 무척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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