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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9. 2019

잠 못 이루는 밤

겨울과 어울리는 대전 시애틀 공원

사랑의 'ㅅ'도 제대로 모를 때 사랑스럽고 희망적인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개봉했다.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라는 배우가 연기한 이 영화는 겨울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그런 따뜻함이 있었다.  로맨스의 옛 속담을 연상케 하는 영화였다. 


"당신이 결혼식 하객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을 똑같이 과소비하라고 하는 남자가 있다면 잡아야 한다." 


돈을 허투루 쓰지 않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게 돈을 쓸 때는 너그러운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보인다.  새엄마가 필요하다는 깜찍한 라디오 사연을 보낸 '조나'와 아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샘'의 이야기는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잠 못 이루는 시애틀 씨'라는 애칭을 얻게 된 '샘'. 그의 진심 어린 사연에 푹 빠진 '애니'는 그가 자신의 운명의 짝이라는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게 된다.

대전 서구에 시애틀의 이름을 붙인 공원이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그것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개봉했던 1993년과 시기도 비슷한 1994년에 시애틀시와 자매도시를 맺은 것을 기념으로 조성된 공원이다. 

미국 같은 느낌의 도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름만큼은 시애틀이라고 붙었으니 겨울의 낭만은 더한 셈이다. 시애틀이라는 도시는 초기 정착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던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서 가장 큰 대도시인 시애틀은 초기 정착촌이 형성되고 나서 오랫동안 정체상태로 있다가 1893년에 그레이트 노던 철도가 개통되어 주요 철도 종착지가 되면서 급속히 발전하게 된다.  

미국의 시애틀이라는 도시는 언제 가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 덕분에 매우 따뜻하고 감성이 있을 것 같은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크지는 않은 공원이지만 구석구석에 생태습지를 비롯하여 작은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도시가 생긴다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인디언 시애틀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의 영원한 잠은 방해받을 것이라고 하며 이를 반대했었다.  

누구나 잠 못 이루는 밤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설레임일 수 있고 단순히 불면증일 수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로 둘러싸인 대전의 시애틀 공원에서는 그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도 좋지 않을까. 설레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감성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가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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