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15. 2019

의자왕의 별장

논산의 황화산성

사비시대를 열면서 부여에 도읍을 옮겼을 때 부여에서 논산까지는 물길이 쭉 이어졌었다고 한다. 부여의 정림사지가 자리한 곳과 부소산성과 그 일대에 도읍을 두고 논산은 그 전초기지이자 마지막 방어기지로 활용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 흔적이 없지만 논산의 토성이 자리한 황화산에는 의자왕이 별장이 있었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전설에는 백제 의자왕이 성의 높은 곳에 있는 바위에서 잔치를 베풀고 놀았다고 남겨진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논산의 황산성과 황화 산성은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다. 황화 산성은 토성으로 구축된 국내의 성중에서 비교적 그 형태가 잘 보존된 곳이라고 한다.  백제의 그릇이나 기왓조각이 많이 발견되는데, 연꽃무늬 수막새 기와도 출토되었는데 문터는 북·동·남쪽에 있고, 동문터는 수구를 이루며 너비 4m의 단절부이다. 성 안에는 5개소의 건물터가 남아 있다.  

황화 산성은 나지막한 야산에 자리하고 있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때에는 논산의 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을 것이다. 산성의 전체적인 형태는 성벽의 기초 부분에 다듬은 돌로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판축(版築)한 포곡식(包谷式 : 계곡과 산정을 함께 두른 방식) 토성이다.

황화 산성이 둘러싸고 있는 곳의 중심에는 작은 사찰인 보명사가 자리 잡고 있다. 어느 곳을 돌아서 걸어도 보명사로 이어지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옛 흔적 위로 낙엽이 떨어져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조용하게 울려 퍼진다. 이제 낙엽만이 남아서 내년의 봄 새싹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위쪽에 올라와서 보니 논산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사람마다 삶에서 추구하는 바는 다르다.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필요 없는 일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과 담을 쌓고 살았다. 그는 열정의 정체와 기원에 관한 철학적 고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는 지극히 얇은 판들을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쌓아 올리면 원뿔이나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다고 여기고 그 부피를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황화 산성 같은 토성은 그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쌓아 올려서 구축이 된다. 

입구의 이정표에서 올라와서 한 바튀를 돌아보니 황화 산성지라는 비가 나온다.  백제 때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토기류와 기와 조각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백제 때에는 사비와 은진 주변을 지키기 위한 방어 거점의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봉수대로 이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바퀴를 돌아서 내려왔더니 보명사의 주지스님이 말을 걸어오신다. 이곳이 백제 의자왕이 유연(놀이로 베푼 잔치)하였던 곳이며, 유연처를 황화대라 불렀다고 하면서 당시 나온 기초석은 마을등으로 퍼져 있다고 말하며 이곳이 별장이었음을 알리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탄절 (聖誕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