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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8. 2020

어죽의 효과

서산의 유명한 어죽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서 18년의 유배생활 동안 많은 책을 쓰고 저술활동을 했다. 다산에게 자연은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였으며 자연 속에서 인간의 성쇠와 이치와 삶의 지혜를 깨우치면서 우리에게 수많은 글을 남겼는데 그중에 식재료에 사용되는 재료들을 기술한 것도 있다.  땀이 날 적에, 기갈이 들 적에, 설사를 할 적에, 구토를 할 적에, 복통이 있을 때 어떻게 응급처방을 하는 내용을 모아 정약용은 《마과회통(麻科會通)》이라는 책을 썼다. 우리는 아플 때 약을 먹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몸의 다스림은 식재료에 있다. 

서산에 자리한 풍전 뚝집이라는 음식점은 풍전저수지라는 저수지를 앞에 두고 있어서 풍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어죽 집이다. 풍전저수지라는 이름 또한 풍전리라는 지명을 사용한 곳이다.  풍전리(豊田里)는 조선 시대 금정도찰방(金井道察訪)에 속한 풍전역(豊田驛)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 지명이기도 하지만 풍전저수지 앞에 펼쳐져 있는 넓은 들을 의미하는 한자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 과거부터 이곳이 풍요로운 곡창 지대로 이름나 있던 것에서 붙여진 지명일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겨울이 풍요를 상징하지는 않지만 겨울은 정신적인 풍요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짓지도 않은 옷에 단추를 달고, 잡지도 않은 고기에 간을 하고, 벌지도 않은 돈을 세고, 알지도 못하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떠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오래간만에 풍전 뚝집의 죽을 맛본다. 모든 음식의 형태는 다르고 맛도 다를진대 우리 몸에 작용을 하는 것은 모두 다르다. 아무리 몸에 좋은 식재료라고 하더라도 몸상태나 사람의 나이에 따라 혹은 체질에 따라 좋은 것이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 

이곳의 어죽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다. 적당히 매운맛이 도는 어죽에 소면과 죽이 적당하게 들어가 있는데 양이 적은 편은 아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하게 건강해질 것 같은 맛과 함께 속을 다스려주는 느낌이다. 먹다 보면 땀이 흐르기는 하지만 속이 거북스럽지는 않다. 

다산 정약용 그는 실로 빛나는 업적을 세웠는데 거의 유배지에서 이루어졌다. 개인적으로는 답답하면서도 세상을 원망하는 삶을 살았을지 몰라도 후손들은 그를 기억한다. 적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어죽 한 그릇에 기억이 성성하다. 조선시대 수탈에 견디다 못한 민중은 처음에는 다른 곳으로 도망가거나 깊은 산속에서 화전민이 되기도 했고 섬으로 들어가 어민이 되어 수탈의 손길을 벗어나려 했을 때 자연 속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어죽 한 그릇은 참 귀하지 않았을까. 어죽의 맛이 진득하면서도 깔끔한 매운맛과 더불어 소탈하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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