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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6. 2020

좋은 의심

일제강점기 신사가 있었던 천안 남산공원

일본을 가면 지역마다 자리한 신사는 일본의 고유 민간 종교인 신도(神道)의 사원이다. 우리나라는 1876년 개항과 더불어 일본의 침략이 개시되면서 신사ㆍ신도가 침투하기 시작하였다. 살아 있는 ‘천황’도 신격화해 자국 국민의 정신적 지배는 물론, 군국주의적 침략정책 및 식민지 지배에도 이용하는데 신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서울의 남산에도 천안의 남산에도 신사가 있었다. 문화침략 내지 동화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인에게까지 신사 참배를 할 때 합리적으로 이들의 행태를 의심하는 것은 좋은 의심이다. 

천안의 대표시장 앞에는 남선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던 차에 주차빌딩을 건립하기로 해서 환영을 받고 있다.  나지막한 야산인 남산에는 천안지역을 다스리던 목민관이 풍년을 기원하는 사직제를 올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천안 남산공원의 일대를 사직동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지역에 일본인들은 천안 남산 사직단을 없애버리고 일본 신사를 지었다. 

전에 왔을 때는 남산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보지 못했던 남산별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벽화와 그림으로 채색이 된 저 건물은 삼거리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의심이 많은 것은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이 아니라 알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이며 의심이 없는 것은 모르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은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싶은 것이 없으면 알게 되는 것도 없다.  

사직제까지 올렸던 이곳에 신사를 만들어둔 것에 분노하여 해방이 되자마자 천안 시민들은 신사를 없애버리고 이후 1963년에는 신사터에 용주 정이라는 전통정자를 세우게 된다.  

그 이름과 역사에 비하면 남산공원은 그냥 작은 공원에 불과하다. 대표 건축물인 용주 정외에는 그냥 주변으로 걸어볼 수 있는 산책로 정도가 조성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천안에서 이곳의 이미지는 상당히 중요하다. 천안 원도심은 이제 곧 새로운 청사와 함께 새롭게 바뀌는데 남산공원 역시 이에 발맞춰서 도시재생의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천안도 많은 것이 바뀌고 있었다. 오래된 구도심은 주거와 상업의 복합적인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지나간 것들의 현재인 기억도 의심해보고 지금 것들의 현재인 시야, 다가올 것들의 현재인 기대가 바로 미래를 기다리게 만든다.  

서울에 있는 사직동 동명은 사직동 1-28번지에 조선시대에 도성의 서쪽에 설치하여 토지신과 곡물 신에게 제사 지내던 사직단이 있는 데서 유래되었다. 저 앞에 있는 용주정이라는 건물이 있던 자리에서 제사를 지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신사 참배를 강요했던 신사가 자리했었다. 

내가 가는 바른 방향을 찾고 또 찾는 것은 요령을 피우거나 시간과 수고를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 안에 나를 살피고 돌보고 이끌고 채찍질하는 치열함이다. 이 땅에 사는 백성들이 조금 더 잘살게 하기 위해 기원을 했던 남산공원의 정상에 다시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혼과 정신을 억지로 바꾸기 위한 과거를 되풀이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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