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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1. 2020

음식의 전통

옥천의 묵밥

음식은 순간적으로 그 맛의 전통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를 이어 음식을 만들고 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19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역마다 한국의 음식은 전통이 있었다. 100년이 아니라 수백 년을 이어온 곳도 있었지만 20세기를 거치면서 그 전통은 대부분 명맥이 끊겨버렸다. 지역마다 나름 맛을 낸다는 음식점의 문구를 보면 불과 30년, 50년만 되더라도 상당히 오랜 기간 전통을 이어온 것처럼 홍보한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보자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음식이라는 전통은 한 사람이 아니라 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옥천은 지역마다 묵을 내놓는 맛집들이 많이 있다.  묵이라는 것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재료가 같이 잘 어우러져야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무미건조할 수 있는 묵의 매력을 살릴 수 있다.  

이 음식점은 조금 독특하다. 묵과 김치와 각종 재료가 먼저 담기고 묵밥에 들어갈 육수를 따로 내어준다. 반찬은 깻잎과 무 장아찌, 시원한 물김치가 나온다. 각자 식성에 따라 매운맛과 간을 더해볼 수 있다.  

음식에 마음을 다해 음식점을 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이웃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100년은 전통으로 생각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음식의 전통을 지켜온 곳이 수두룩하다. 표준화된 음식을 공급하는 시스템 요식업에서 전통적이면서 감각적인 창의성을 가진 요리사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음식점은 문화와 사회에 대한 고찰의 중요한 대상이 되며 동시에 지역의 맛을 연상시킨다. 옥천의 연상되는 맛은 묵으로 만든 다소 심심하지만 묘한 끌림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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