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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2. 2020

옹기와 장

순창의 장 이야기

빠르게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에는 항상 본질의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살면서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 분명히 있지만 길게 보는 것이 필요한 능력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되었을 때 사람들은 쉽게 동요한다.  지금도 TV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람의 요리 방식은 빠르고 쉽게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요리 방식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재료 본질의 맛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입맛을 속이는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이 되어서 김치냉장고가 맛난 김치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더라도 제대로 만든 옹기가 만들어내는 시간의 맛은 따라가기 힘들 것이다.  특히 장맛은 아직도 옹기가 숨 쉬면서 만들어내는 것은 김치냉장고가 따라갈 수가 없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에는 장류박물관과 옹기체험관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시간 전에 만들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오래된 느낌이 물씬 풍겨 나지만 한 번쯤 들려봐도 좋은 곳이다.  

옹기는 오랫동안 사용된 우리의 그릇이기도 하지만 도자기와는 느낌이 다르다. 청자나 백자, 분청사기로 대표되는 도자기는 무언가 서민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지만 옹기는 숨구멍 역할을 하는 원형 조직이 공기 중에서 젖산균과 대장균을 억제하는 기공을 끌어들이기에 김치를 오래 저장해주는 그릇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이다.  

안으로 들어와 보면 우리의 역사에서 장이 어떤 역할을 하였고 고추라던가 한국의 식문화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볼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어두었다.  

어릴 때 메주를 방안에 두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그럼 장을 만들었다는 소리인데 왜 음식 맛은 좋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장이나 액젓은 시간과 소금이 만들어내는 식재료다. 거기에 고추와 정화기능이 들어가면 오랫동안 저장해놓고 먹을 수 있는 된장, 간장, 고추장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옹기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이 제 몸속에 습기가 있으면 숨을 내쉬어 밖으로 뿜어내고 몸이 건조해 습기가 부족하면 숨을 들이마셔 습기를 조절할 줄 안다. 때론 민족의 지혜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획전시실에는 순창의 유명한 지역에 대한 안내와 옹기문화를 만나볼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순창 박물관에서는 옹기에 대해 많은 것을 만나볼 수 없지만 더 많은 옹기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울산에 있는 옹기박물관에 가보아도 좋다.  우리 선조들은 옹기에 장을 담갔다가 장맛을 보고 용도를 결정했는데 소금쩍이 너무 많이 나오면 세는 옹기로 보고 쌀이나 마른 건어물을 보관하는 용도로, 소금쩍이 아예 나오지 않으면 장이 익지 않는다며 물독으로 썼던 것이다.  사람이 숨 쉬듯이 음식도 숨 쉬듯이 만들어질 때 몸에 가장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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