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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4. 2020

일상의 가치

조용하면서 평범한 시골의 5일장

평범한 일상의 가치가 좋은지는 일이 발생하고 나봐야 알 수가 있다. 사람들의 직접도가 높지 않은 한적한 고장에서는 전염병이 발생해도 쉽게 확대되지 않는다. 바이러스라는 것의 전파력이 생각보다 멀리까지 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치 바통을 이어받듯이 지근거리에서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파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생존기간이 짧아서 생명력이 다하기 전에 누군가에게로 옮겨져야 한다.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는 그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서울 같은 대한민국 최고의 밀도를 가진 도시라면 대구를 방어하는 행정력으로는 아예 불가능해진다. 

대도시에서는 5일장이라는 것은 그렇게 의미가 없다. 대부분 상설시장으로 운영이 되고 지근거리에 대형마트와 아파트 단지에도 큰 마트들이 얼마든지 있다. 5일마다 장이 열리고 그때에만 사람이 모이는 시골의 장은 오히려 사람과의 접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조심을 해서 돌아다녀야 한다. 

괴산의 대표시장 앞에 5일장이 열렸다. 괴산의 5일장은 서민 갑부인 그냥 치킨집으로 유명하게 알려져 있다. 한적한 괴산의 5일장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장날에 나온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는 곳 주변에도 요즘에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경기가 안 좋다는 사람이 많다.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장이 끝나가는 시간에도 팔리지 않은 물건들이 많이 보였다.  

시골의 5일장은 사람에게 옮기는 전염병보다 돼지나 소에 옮기는 전염병이 돌면 폐쇄가 된다. 사람의 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위험성보다 동물성 전염병에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사람의 소리와 그 정겨움이 특징이었는데 최근에는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다닐 수밖에 없다.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평온한 일상의 가치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먹고살고자 하는 일인데 코로나 19가 야속하기만 하다. 

괴산 시장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장날마다 손님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는 이 곳은 빨간 앞치마를 두른 주인장 부부가 가마솥에서 닭다리와 닭날개를 튀겨내는 모습은 잠시 보지 못할 듯하다. 

올해 고추가 출하되고 빨간색의 고추가 장날에 등장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괴산농산물유통센터 광장에서 개장된 홍고추시장은 5일장(8·13·18·23·28일)에 맞춰 열리게 된다. 

아쉽게도 괴산의 5일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잠정적으로 폐쇄가 되었다. 충북의 상인연합회에 가입한 전통시장은 청주 오창 시장, 괴산 전통시장, 증평 장뜰시장, 진천 중앙시장, 단양 구경시장 등 46곳이다. 충북 도내 전통시장에서 열리는 5일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인해 당분간 폐쇄가 되었다. 다시 언제 5일장이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상설시장은 운영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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