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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2. 2020

묵묵한 걸음

춘분(春分) 앞에 선 음성 가섭사

낮이 밤보다 길어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태양의 중심이 춘분점(春分點) 위에 왔을 때이며 이 시기에 전후하여 철 이른 화초는 파종을 하는데 이때 초경(初耕)을 정성을 다해 행하여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춘분을 전후로 들판에 많이 나는 쑥, 냉이, 달래 등의 봄나물을 캐 먹는데 이때 생각보다 바람이 매섭게 불기도 한다. 이를 꽃샘이라고도 하는데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 길 가는 배도 타지 않는다. 최근의 분위기가 이와 같지 않을까. 이런 때야 말로 묵묵하게 조용하게 걸어는 것과 함께 몸을 삼가야 할 것이다. 

음성읍에 자리한 가섭산이라는 산의 거의 꼭대기에 가섭사라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1365년(공민왕 14)에서 1376년(우왕 2) 사이에 나옹(懶翁)이 창건한 가섭사는 석가모니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칠불(七佛)이 있다. 7명의 부처는 비바시불, 시기불, 비사부불, 구류손불, 구나함불, 가섭불, 석가모니불중 가섭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지은 사찰이다. 

가섭사는 가섭산의 거의 정상에 자리한 곳이기 때문에 음성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뿐만이 아니라 음성의 다른 지역까지 조망할 수 있다.  가섭산의 북쪽은 요도천 유역의 곡저 평야, 남쪽은 음성천과 한벌천을 따라 발달한 좁은 곡저 평야가 형성되어 있다. 가섭사의 감로정이라는 석정(石井)은 수질과 물맛이 좋고, 특히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 하여 약수로 널리 알려졌기에 이곳만 오면 물을 한 모금 마셔본다.  

사찰의 역사는 천년의 사찰이라고 할 만큼 오래된 곳이지만 대부분의 건물은 최근에 지어졌기에 오래된 사찰이라기보다는 음성의 한 여행지 같은 느낌이 든다. 

사찰의 부속건물은 많지는 않지만 가섭산의 지형을 이용해서 잘 배치를 해두어서 그런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불교에서 고찰하듯이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문답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겠지만 아직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엇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인생이란 것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의 고승(高僧) 서산대사(西山大師)가 지은 불교 포교 가사(歌辭) 중 하나인 회심곡 중에 죽은 남자를 심판하며 이승의 행적을 묻는 대목이 나온다. 삶을 어떻게 살았는가를 질문하는데 음성의 가섭산의 묵직함처럼 묵묵한 걸음으로 진실된 삶을 살았는지 물어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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