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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2. 2020

쑥부쟁이

조용하고 한가한 일상 즐기기

세상을 살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센다면 몇 개나 될 수 있을까. 정확하게 정의하기 힘들지만 상상할 수 있는 그 수만큼 존재하지 않을까.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삶의 가능성은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사람이기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재미있기에 지역마다 내려오는 설화를 스토리텔링 하며 생각하게끔 만든다.  어린순은 나물로 식용하며 재배하기도 하는 쑥부쟁이는 중남부지방에 분포하는데 국이나 무쳐서 쑥부쟁이 밥으로 먹는다. 

나물로 무치면 부드럽고 상큼하고. 우리 몸 안의 나트륨을 배출해 준다는 쑥부쟁이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음성 쑥부쟁이 둘레길은 용산리 저수지의 길을 의미한다. 여기서 쑥부쟁이란 앞서 말한 쑥부쟁이가 아닌 쑥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을 의미하며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쑥부쟁이, 들국화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꽃이 이쁘다. 비타민C, 칼슘, 철분이 많이 들어있는데 맛은 쌉싸름하면서도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 이곳을 왔을 때는 저 건너편에 있는 무장애 나눔길을 여러 번 걸어보았다. 쑥부쟁이의 꽃잎은 연 보랏 잎이고 술이 노란 것은 연보랏빛 주머니 속 노란 구술로도 끝내 이루지 못한 쑥부쟁이의 안타까운 사랑 때문이라고 한다.  

저 건너편 봉학골에는 산림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봉학골에는 대장장이가 살았는데 큰 딸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배고픈 동생들을 위해 쑥을 캐러 다녔는데 그래서 쑥부쟁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함정에 빠진 사냥꾼 청년을 구해줬는데 결혼까지 약속하였지만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결혼을 한 상태였기에 결국에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그리워하다가 절벽에서 헛디뎌 죽고 말았다고 한다. 

지금은 쑥부쟁이 꽃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니기에 볼 수가 없지만 가을이 되면 들녘은 아름다운 보랏빛 수를 놓은 쑥부쟁이를 볼 수 있다.  

용산리 저수지의 둑방 아래쪽과 봉학골 산림욕장 입구의 주차장 앞으로 쑥부쟁이가 심어져 있다. 쑥부쟁이 처녀는 착하기는 했지만 정말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욕심을 조금만 더 부렸다면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쑥부쟁이라는 어원은 가난한 삶의 범주를 벗어나서 얘기하기란 쉽지 않은데 주림이 일상이던 환경에서는 단골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그런 때 쑥을 뜯어서 배고픔을 달랜 것은 서민과 백성들의 삶이었다. 쑥부쟁이의 푸른빛이 감도는 흰빛은 애잔하면서도 신비스럽기까지 해서 자꾸 사랑하고 싶어 지게 만들듯이 민초들의 삶 역시 소박하지만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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