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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4. 2020

당신의 봄은...

어디에 있습니까?

소중한 사람과의 기억, 경험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비워져야 채워지는 법이라고 말하면서 비울 줄 모른다면 다시 채워지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끝까지 부여잡고 있으려는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진다. 비우고 채우면서 정말 의미 있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길이 있다. 사람들은 현재나 미래만 걱정하면서 살아가지만 그걸 가장 잘 조언해줄 수 있는 친구는 바로 과거에 있다. 역사 혹은 과거 속의 사람들은 책 속에서만 등장하는 그런 존재나 흑백사진이 아니다. 그들 역시 그 시대를 살면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미련할 만큼 미신에 의존했으며 의심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휘둘렸을 것이다. 

여름이 되면 아름다운 연꽃이 가득 채우게 될 부여의 궁남지를 찾아왔더니 모든 것을 새롭게 채우기 위해 바닥을 다지고 있었다. 연꽃이 보이지는 않지만 다시 다른 풍광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정보(상당수 팩트가 확인되지 않은)가 나오는 순간 자기 최면을 걸으면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하고 그 속에서 가야 될 길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던져준 정보를 보고 그냥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따라가는 것이 쉽다. 

궁남지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빠르게 가고 싶어도 갈림길에서 선택하고 때론 돌아가기도 한다. 수많은 길 속에서 더 빠르게 가고 싶다면 저 물에다가 발을 담가야 할 것이다. 신발이 축축해지고 더 불쾌해지는 것을 생각지도 못한 채 누구보다 빨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진흙은 이내 걸음속도를 느리게 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로 가는 것보다 훨씬 느려진다. 

버드나무가 녹색의 에너지를 내뿜는 것 같은 길로 걸어가니까 기분이 좋다. 버들은 물을 좋아하여 개울이나 호숫가에 터를 잡는데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로 가물거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늘어진 버들가지는 이리저리 산들바람에 실려 몸을 비트는데 세상을 사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살아 있는 것.

숨 쉬고 사색하고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특권인지 생각하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질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궁남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나무는 버들나무인데 우리가 머리가 아플 때 자주 먹는 아스피린은 버들잎의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을 추출했던 것이다. 코로나 19의 백신이 언제 만들어질지 모르지만 1899년에 이르러서야 독일 바이엘 사의 젊은 연구원인 펠릭스 호프만이 아스피린을 처음으로 상용화했으며 그 진통 해열제 하나로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자리 잡았다. 

버들가지가 실바람에 나부끼듯이 미천한 중생의 작은 소원도 귀 기울여 듣는 보살의 자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듯이 사람들의 작은 바람이나 힘든 일상을 잘 살피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당신의 봄은...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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