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행성의 신선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모투누이 섬이 저주에 걸리자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가 섬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항해를 떠나는 내용이 그려진 모아나라는 영화는 섬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섬은 고립 혹은 고유한 가치를 가진 공간이라는 특성을 같이 가지고 있다. 오래전 섬사람들은 자기네가 지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우주 정거장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대자연이 한 점에 불과하게 보이겠지만 아름다움과 온갖 가치를 다 퍼부어 놓은 것 같은 풍광은 직접 가봐야 알 수 있다.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있다. 아름다운 풍광에서 유일한 오점은 인간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도 완벽해 보이며 너무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곳에 사람이 있는 것은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냥 그 풍광을 마음속에 담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것보다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더 좋다.
섬이었던 공간이었기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큰 섬 거제도는 지금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하루 생활권으로 거제도까지는 한 달음에 갈 수 있다. 그리고 봄바람을 맞으며 찾아온 신선대는 그냥 말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게 만들어주었다.
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거제의 바다가 유독 짙푸른 남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은 태양 때문이다. 우리가 눈으로 관측하는 빛은 전부가 태양의 최외각부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배울 필요가 없다. 아마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신선대를 보면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얼마나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졌을지 모르는 바다에 자리한 신선대로 내려가 본다. 거제도는 여러 번 왔지만 신선대는 거제의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기에 두 번째 방문이다. 요즘은 이렇게 사람이 많이 없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진다. 게다가 사진을 찍어도 화각에 사람이 등장하지 않으니 온전히 담을 수 있어서 더 좋다. 유명한 관광지를 가면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기도 한다.
신선대에 앉아서 멀리서부터 밀려오면서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더 오래도록 머물고 싶고 더 오래도록 이 풍경이 잔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요즘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회현상은 인간 본연의 불안과, 그 불안을 이겨내는 호기심, 그리고 여유로운 삶의 중요성까지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3월 거제도 신선대라는 곳에서 이런 풍광을 보았다. 남들처럼 사는 삶이란 결국 개인적 미래상이 없이 사는 것이다. 스스로 삶을 창조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외부적 환경을 새롭게 볼 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편견 등을 재검토하며 우리의 내면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단 한 곳만의 풍광을 꼽으라면 거제 신선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