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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4. 2020

별의 정자

옥천 보청천의 상춘정

사람이 잘 찾지 않은 공간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풍경조차 멀리서 감상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옥천의 보청천은 도리뱅뱅이와 올갱이의 고장 청산면을 흘러가는 천으로 봄의 향기가 더욱 진한 곳이기도 하다.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고 있지만 드라이브 스루로 지나가듯이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강 위에 우뚝 서 있는 정자 하나를 보았다. 이름하여 상춘정이다. 

 보청천이 면 중앙을 지나 서쪽으로 흐르며, 이 하천과 그 지류 연안에는 소규모의 평야가 발달한 청산면은 유적으로는 교평리에 청산향교(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98호)가 남아 있다. 평범하게 혹은 약간은 특별하게 레트로 여행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요즘에는 지역마다 다니면서 마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유래를 읽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이곳 산계리는 1739년 여지도서에 보면 남면 서평리에 132호가 거주하였고 1890년 신묘장적에는 145가 거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산성의 산자와 계하의 계자를 한자씩 취하여 산계리라 이름을 지은 곳이다. 

도시 속의 대표 공원보다 이렇게 한적하면서도 인적 드문 곳에서 만나는 벚꽃이 더 반갑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사람이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보청천 옆으로는 자전거 도로가 쭉 이어져 있다. 금강변의 물줄기를 따라가면서 자전거 여행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금강 상류지역에 있는 지류로 보은군 내북면과 회북면 경계에 있는 구룡산(九龍山) 부근에서 발원한 보청천은 청산면에서 유로를 서쪽으로 바꾸면서 청산면 일대에 청산 분지를 만들고 청성면 장수리 일대의 산지를 남북으로 감입곡류(嵌入曲流)하면서 고당리 부근에서 금강 상류로 흘러든다. 

저곳으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저 건너편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금강 상류를 심하게 침식하여 전형적인 산지를 곡류하는 지형을 이루고 있는 보청천의 모습이 과거와는 좀 달랐던 모양이다.  넓은 벌 동쪽으로 옛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곳에 우뚝 솟아오른 독산과 그 위에 자리한 상춘정에는 봄의 정취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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