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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4. 2020

마음 편한 여행

통영의 천년 고찰 용화사

요즘에 마음 편하다는 것은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곳을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모든 사람이 다 알고 많이 찾는 여행지는 잠시 뒤로 하고 구석구석에 있는 조용한 곳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통영의 천년 고찰 용화사는 그런 곳 중 한 곳이다. 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 사색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통영의 미륵산 하면 케이블카와 최근에 카트 등으로 핫한 곳이지만 그 반대편으로 오면 쌍계사(雙磎寺)의 말사인 용화사를 만날 수 있다.  

수도 없이 와본 통영이지만 매번 미륵산 쪽으로 가서 통영의 바다만 만나고 돌아온 기억이 있다. 미륵산은 예로부터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의 상주처로 믿어져 왔던 곳으로 선덕여왕(632∼647) 때 은점(恩霑)이 정수사(淨水寺)로 창건한 곳이 바로 오늘날의 용화사다. 

천천히 용화사 쪽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현재 아미타삼존불을 모신 보광전이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4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미륵불을 모신 용화전(龍華殿)·명부전·탐진당(探眞堂)·적묵당(寂默堂)·해월루(海月樓) 등의 당우들이 남겨져 있다.  

정수사로 창건하였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1,4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1260년(원종 1) 큰비로 산사태가 나서 당우가 허물어진 것을 1263년에 자윤(自允)·성화(性和)가 절을 옮겨 지으면서 천택사(天澤寺)라 하였다. 임진왜란 이후 1617년(광해군 9) 통제사 윤천(尹天)의 주선으로 군막사(軍幕寺)의 성격을 띤 사찰로 중건하였다고 한다.  

돌계단을 따라서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서 올라가 본다. 잠시 멈춰 서면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소리가 들린다.  절 일원이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전국에 용화사라는 이름이 붙은 사찰이 15여 곳에 이를 정도로 많이 붙여져 있다.  

바닥에는 주춧돌처럼 보이는 돌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깔려 있다. 용화사의 당간을 걸어놓는 곳은 다른 곳보다 낮은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당간지주는 절의 행사 등을 알리는 것인데 독특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통영 용화사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하는 템플스테이도 중단된 상태이다. 특히 이곳에 자리한 불사리4사자법륜탑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고대 아쇼카 양식의 원주 석탑으로 진신사리 7과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 6년에 이곳은 화재로 폐허가 되어버렸다. 화재로 말미암아 잿더미가 된 뒤 절을 중창하기 위해 미륵산 제일봉 아래에서 칠일칠야(七日七夜)를 미륵존불께 기도를 드렸는 바 회향날 밤에 한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이르기를,"나는 당래교주미륵불(當來敎主彌勒佛)이니라. 이 산은 미래세에 용화회상(龍華會上)이 될 도량이니 여기에 가람을 짓고 용화사라 하면 만세(萬世)에 길이 유전(遺傳)하리라"고 하여 다시 절을 지었다. 

보광전(普光殿), 용화전(龍華殿), 적묵당(寂默堂), 해월루(海月樓), 탐진당(探眞堂), 칠성각(七星閣), 설법전, 종루, 명부전(冥府殿), 요사(寮舍) 2동 등 8동 건평 145평의 사우(寺宇)가 있는 용화사에는 찬연한 봄꽃과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조용하게 경내를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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