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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5. 2020

지속되는 삶

괴산의 마애이불좌상

주변에 프리랜서들이 적지 않아서 코로나 19로 인해 어떤 상황에 처해졌는지 잘 알고 있다. 이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로 쉽게 종식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요가 등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2월 한 달을 어떻게 버텼고 3월도 힘들었는데 4월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수입 제로 시기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물론 그들만의 일도 아니지만  5월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단기 실업이나 수입을 보전해주면 일부 봉합될 수도 있지만 몇 개월간에 걸친 이 상황은 영세 산업구조를 무너트리며 이전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간절하게 소원을 비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연관되지 않은 채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경제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겠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극히 적다. 이런 시기에 두 분의 불상을 같이 모신 이불병 좌상(二佛竝坐像)은 노부부를 새긴 듯 푸근하면서도 불상이 생각이 났다.  

마애석불 혹은 벼랑 부처는 인도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육조시대에 중국으로 들어온 양식인데 우리나라 산악은 화강암이 대부분이어서 석굴을 만들기 어려워 바위면을 약간 파고 들어가 그곳에 불상을 새긴 것이다.   마애불들은 그 시원이 중국에 있다 할지라도 조각기법이나 표현의 독자성 등에서 한국적인 불상 표현의 한 갈래를 이루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누구나 대중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마애불은 대중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이자 고통을 줄여주는 그런 대상처럼 생각되었다.  괴산의 보물인 이불병좌상은 묘법연화경 견보탑품에 보이는 석가여래상주설법과 다보여래상주증명을 표현한 것이다. 고려 초나 늦어도 12세기경에 조성한 마애불로 보고 있는 마애이불좌상이다. 고려의 마애석불은 일반적으로 추상화된 모델링을 보이며 표정은 냉랭하고 기형적으로 거대화한 신체 세부를 통해 정신적인 위압감을 주는 것을 특색으로 한다. 

거대한 암벽에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 근엄하게 자리하고 있는 마애이불좌상의 형태는  6세기 중국에서는 법화경을 소의 경전으로 하는 석가 다보의 이불병좌 이외에 두 부처를 함께 조성하는 雙身像이 출현하여 유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며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른다는 시기인 곡우가 다가오고 있다.  풍요로워지는 절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쯤 나오는 물을 곡우 물이라고 하는데 경칩 무렵에 나오는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하여 남자들에게 더 좋고, 거자수는 남자 물이라 하여 여자들에게 더 사랑받고 있다. 

발원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위에서 나무를 적시면서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물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된다. 곡우 때쯤이면 봄비가 잘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진다. 지속되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 더 멀리 내다봐야 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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